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데뷔 첫 만루 찬스에서 결승타를 터뜨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라면.
LG 외야수 이형종(27)은 11일 잠실 롯데전 8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8-8로 팽팽한 승부였다. 상대는 롯데 셋업맨 윤길현. 윤길현은 김용의를 삼진으로 잡은 기세로 이형종과 맞섰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찾아온 만루 찬스. 당초 이형종이 노린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지난 맞대결에서 슬라이더를 쳐낸 기억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윤길현이 역으로 직구 승부를 펼쳤다. 초구와 2구 모두 직구가 들어왔다. 이때 이형종은 순간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때 직구 생각을 좀 더 하게 됐다"는 게 그의 말. 그리고 3구째 147km 직구가 들어오자 이형종은 거침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 LG는 정성훈의 쐐기 2타점 2루타를 더해 12-8로 승리했고 이형종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형종은 서울고 시절 '눈물의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선수다. 지난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그가 선사한 눈물의 역투는 지금도 회자되는 장면이다. LG에서 그에게 안긴 계약금은 4억 3000만원. 그가 얼마나 각광 받는 유망주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투수 이형종'은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형종이 선택한 길은 바로 타자 전향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바로 '타자 이형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풀타임 주전으로 거듭난 것은 아니지만 좌투수 상대(타율 .333 1홈런 5타점)로 경쟁력을 보이면서 1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현재 성적은 타율 .306(98타수 30안타) 1홈런 11타점.
어릴 때부터 천재형 선수로 주목을 받았던 그다. 야구 감각 만큼은 누구보다 타고난 선수로 인정 받는다. 양상문 LG 감독도 "확실히 감각이 남다르다"고 칭찬한다. 여기에 노력이 더해지니 빛을 발할 수밖에. 프로 입단 후 좌절의 시간이 많았던 이형종은 이제는 어른이 된 모습이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조금 더 하려고 했다"라는 이형종은 "원래 나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어릴 때는 놀면서 했다"라고 고백하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노력이 더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올 시즌 1군에서 쌓는 경험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다. 이형종은 "1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다. 보고 느끼면서 타석에서 어떻게 치겠다는 생각을 한다"라면서 특히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인 박용택과 정성훈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다. (박)용택이 형은 예전부터 많이 도와줬고 특히 (정)성훈이 형은 요즘 들어 많이 챙겨준다. 나도 성훈이 형처럼 다리를 들고 치는 스타일이라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이다.
이형종은 결승타를 치고 팬들 앞에서 "가을야구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LG는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이형종은 생애 첫 가을야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당시 나는 투수였고 아파서 TV 중계로 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나도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포스트시즌에 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이형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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