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마지막 등판'을 남기고도 그의 시계는 변함없이 돌아간다.
너무나 강렬했던 3년, 그리고 기나긴 재활.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전병두가 은퇴를 선택했다. SK는 10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전병두 은퇴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야구선수 전병두'를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전병두를 지난 10일 만났다. 좋은 일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꼭 우울한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을 듯 했다. 전병두는 인터뷰 도중 여러차례 웃음을 안겼고 그의 대답에는 변함없는 배려가 있었다.
-은퇴를 하는 소감은?
"열심히 했다. 후회없이 했다"
-은퇴경기 제안을 했을 때 한 번에 승낙을 하지 않았다
"거절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켜주면 감사한데 훨씬 더 유명한 사람도 많은데 해도 되나 생각했다. 욕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싫어서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성적에 뭘 시켜주냐'고 충분히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창피하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은퇴하는 날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크게 와닿거나 그런 것은 없다. 시즌 초에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요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별로 다르지 않다. 강화(퓨처스파크)에서 계속 훈련 중이다. 한동안 (박)정배형과 같이 출퇴근했는데 정배형이 1군에 가면서 며칠은 혼자 운전하면서 왔다갔다했다. 힘들어서 이제 아침에 야구장(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다니려고 한다"
-5년간의 재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재활은 육체적인 것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힘든데 나는 멘탈이 강해서 괜찮았다(웃음). 힘들기는 했지만 그 정도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제 아픈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안 받을 수 있다
"아픈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안 받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후련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뭔가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기는 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한 타자를 상대할 예정인데
"볼넷만은 주기 싫다. 홈런이나 안타를 맞으면 '그냥 잘 쳤다'고 할 수 있는데 볼넷은 모양새가 안날 것 같다. 선수 같이 안 던지더라도 볼넷은 싫다"
-그동안 고마운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누구 한 명 꼽을 것 없이 부모님, 내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 선수들, 코치님들, 선배님들, 후배들 모두"
-은퇴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큰 관심을 가져 주셨다. 오랜만에 연락도 많이 왔다. 나는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다"
-기억이 남는 순간이 있다면?
"우선 힘들었을 때가 더 생각난다. 2005년에 (두산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이후 3경기 연속 역전 홈런을 맞았다. 당시 접전 상황에서 7, 8회쯤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2경기 연속 역전 홈런 맞고 '난 안 되나 보다'했다. 그 때 주위에서 '3경기 연속은 안 해.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는데 그날 바로 맞았다(웃음). 현대 정성훈 선배님께 맞고 그 다음에 SK랑 할 때 정경배, 이호준 선배님에게 맞았다. 7월쯤인 것 같다"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확인 결과 90% 이상 맞았다. 전병두는 2005년 8월 4일 수원 현대전에서 4-2로 앞선 7말 2사 1, 2루에서 정성훈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았다. 이후 8월 6일 광주 SK전에서 5-3으로 앞선 8회초 1사 1루에서 정경배에게 동점 투런 홈런, 다음날에는 3-2로 앞선 9회초 무사 1, 2루에서 이호준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줬다)
"좋은 것은 많이 생각난다. 우승할 때도 생각나고 WBC 대표로 나갔을 때도 좋고 9타자 연속 삼진도 좋다. 좋았던 기억 많다. 연도로 보면 2009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2006년에는 대표팀에 뽑혀서 좋았고 올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해 예비군이 끝났는데 그 마지막날(웃음)"
-향후 계획은?
"아직은 모르겠다. 일단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구단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야구쪽에 있고 싶다. 근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도자를 시켜주시면 하겠지만 할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자리가 한정된 상황이라면 누구 대신 들어가야 하는데 뺏는 기분도 들고 내가 잘할 것이란 보장도 없고…"
-KIA로 이적한 고효준이 은퇴 보도자료가 나간 당일인 8일 NC전에 선발로 나가면서 모자에 28번을 적었다
"경기에 나가기 전에 직접 전화를 주셨다. '형이 모자에 28번 쓰고 나간다. 너랑 같이 던진다고 생각할게'라고 해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근데 28번이 KIA에도 있을텐데(지크 스프루일) 그것 때문에 조금 걸리기는 했다"
-아픈 왼팔 대신 오른팔로 던지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 적은 없나
"오른쪽 어깨도 안 좋다(웃음). 예전 KIA에 있을 때 공을 잡다가 다쳐서 잘 못 던진다. 오른쪽은 공 2개 정도 세게 던지면 아프다. 오른손으로도 잘 던지는 사람이 몇몇 있다. 우리팀에 있는 김대유도 오른손으로 잘 던지고 진해수(LG 트윈스)도 오른손으로 엄청 잘 던진다"
-은퇴 소식이 나왔을 때 아쉬워한 팬들이 많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SK 전병두. 사진=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좋은 사람' 전병두, 은퇴 때도 변함 없었다 [고동현의 1인치]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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