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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주제 무리뉴 답지 않은 실수였다. 압박이 실종했고 점유율을 내줬다. 예상을 벗어난 선발은 기대 이하의 결과로 이어졌다. 무리뉴의 전술적인 실수가 맨체스터 더비의 승패를 갈랐다.
#선발 명단
무리뉴 감독은 앞선 헐시티전과 비교해 두 포지션을 바꿨다. 앙토니 마샬과 후안 마타 대신 제시 린가드와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선발 출전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수비’와 ‘속도’를 강화한 변화였다. 린가드는 마샬보다 수비력이 좋다. 미키타리안은 마타보다 직선적이다. 무리뉴는 수비를 강화함과 동시에 역습 상황에서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둘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징계로 결장한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빈 자리는 켈레치 이헤나초가 메웠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이적한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다.
#No pressing, No Possession
압박(pressing)은 현대 축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혹자는 현대 축구를 압박의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압박 축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 아리고 사키 감독이 축구 전술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리뉴 감독 역시 압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를 이유로 위르겐 클롭처럼 많이 뛰는 전방 압박을 선호하진 않는다. 대신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공을 빼앗은 뒤 역습을 노린다. 수비력과 돌파력을 갖춘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이 선발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중원에서의 압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맨유는 팀으로서 압박이 사실상 실종된 모습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리뉴는 전체적인 라인을 내리고 기다리는 수비를 했다. 그로인해 맨시티가 쉽게 공을 소유했다. 39.9%(맨유) 대 60.1%(맨시티)의 점유율이 이를 말해준다.
실제로 맨시티는 후방에서 항상 5명이 트라이앵글(삼각형)을 형성해 수적 우위(3vs2)를 가져갔다. 특히 풀백이 공을 잡는 횟수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는 팀에서 2번째로 많은 패스(67개)를 기록했다. 다비드 실바(72개)보다 겨우 5개 적은 숫자다. 반대로 이는 미키타리안의 압박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예기도 하다. 그는 단 1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맨유 진영에서 나온 것이었다. 상대 진영에서의 적극적인 압박이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다. 왼쪽 린가드도 압박에 실패했다. 맨시티 오른쪽 풀백 바카리 사냐의 패스 성공률이 무려 90.7%였다.
무리뉴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몇몇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경기 시작하고 20분 만에 빼고 싶었지만 선수를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다”면서도 “나의 잘못이다.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나의 책임이다”
하지만 압박의 실종을 두 선수의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 미키타리안이 압박을 하기 위해 달려가도 맨시티는 쉽게 공을 돌렸다. 조직적인 압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뛰어난 골잡이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비적으로 헌신적인 선수는 아니다. 전성기가 지난 웨인 루니도 압박의 속도가 떨어진다. 또한 케빈 데 브루잉과 실바에 시선을 빼앗긴 폴 포그바와 마루앙 펠라이니도 적극적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
#케빈 데 브루잉
데 브루잉은 이날 최고의 선수였다. 6개의 슈팅을 시도해 선제골을 넣고 결승골을 도왔다. 그리고 한 차례 골대를 강타하며 맨유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무리뉴는 첼시 시절 자신이 저평가했던 데 브루잉을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포지션상 데 브루잉의 마크맨은 포그바였다. ‘1500억 사나이’는 돌파에 능하지만 수비력이 뛰어나진 않다. 선제골 실점 장면에서도 달레이 블린트의 실수가 눈에 띄지만, 이전에 데 브루잉을 순간적으로 놓친 포그바의 잘못도 있다.
반면 맨시티 브라보는 최악의 데뷔전을 치렀다. 공중볼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기대했던 발 밑도 여러 차례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루니와 부딪힌 장면이 대표적이다.
#교체
결국 무리뉴는 후반 시작과 함께 린가드, 미키타리안을 빼고 마커스 래쉬포드, 안데르 에레라를 동시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포메이션도 4-2-3-1에서 4-1-4-1(혹은 4-3-3)으로 전환됐다. 효과는 있었다. 래쉬포드는 사냐를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4명’에서 ‘5명’으로 전방 숫자가 늘어나면서 압박이 강화됐다. 또 에레라의 가세로 점유율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무리뉴 vs 펩
재미있는 건 펩의 대응이다. 무리뉴가 변화를 통해 분위기를 가져가자 펩은 곧바로 ‘스트라이커’ 이헤나초를 불러들이고 ‘홀딩 미드필더’ 페르난두를 내보냈다. 무리뉴가 공격 숫자를 늘리자 펩은 수비 숫자를 늘렸다. 펩은 데 브루잉을 제로톱에 세우고 페르난지뉴를 전진시켰다. 또 7분 뒤에는 체력적으로 지친 라힘 스털링 대신 르로이 사네를 투입하며 스피드를 보강했다.
전술 싸움은 끝까지 계속됐다. 무리뉴는 경기 종료 10여분을 남기고 ‘풀백’ 루크 쇼를 빼고 ‘윙어’ 마샬을 투입했다. 포메이션은 3-1-6처럼 보였다. 장신의 즐라탄(195cm), 포그바(191cm), 펠라이니(194cm)가 3톱을 구성하고 마샬과 루니가 측면에 섰다. 그러자 펩은 파블로 사발레타를 내보내며 ‘6백’을 가동했다. 제공권 싸움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세컨볼 싸움에서 12개의 수비 클리어를 기록한 스톤스의 활약으로 한 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英 가디언지 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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