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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믿고 보는’ 콤비다.
‘장르의 마법사’ 김지운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다른 장르로 승부를 건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은 코믹 잔혹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반칙왕’은 코미디, ‘쓰리’ ‘장화, 홍련’은 호러, ‘달콤한 인생’은 느와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만주 웨스턴, ‘악마를 보았다’는 스릴러, ‘라스트 스탠드’는 액션, ‘밀정’은 스파이 스릴러 장르로 만들었다.
언제나 ‘어떻게’에 방점을 찍고 영화를 만드는 김지운 감독에게 장르는 곧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느와르는 파멸을, 호러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두려움을, 스파이 스릴러는 어두운 시대의 불안감을 각각 담아낸다.
그는 “예측불가의 에너지를 지닌 괴물같은 배우” 송강호와 4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모두 다른 장르를 택했다.
먼저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에서 송강호는 어쩌다 시체 파묻는 일을 즐기는 백수로 등장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처음에 하나 묻는데 댓 시간 걸렸잖아! 이제 한 구덩이를 파는데 30분이면 족하다”는 아버지(박인환)의 말에 기분 좋아하던 송강호는 기가 살아나 “뭐 더 묻을 거 없어요? 김장독같은 거”라고 말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자살하러 온 투숙객이 “학생은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하자, “저... 학생 아닌데요”라는 대답으로 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지운 감독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 그리고 연극 ‘비언소’의 송강호 연기를 관찰했는데, 한 사람이 연기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그만큼 다양한 변주로 김지운 감독을 사로 잡았다.
송강호가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반칙왕’은 일상에 찌든 은행원 임대호가 레슬링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 송강호는 실제 레슬링을 하는 투혼을 불살랐다. 그는 사회조직에서 살아남기 발버둥치나가 점차 잃어버려가는 것들을 되찾는 이야기가 좋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 영화 개봉 당시 직장인들이 혼자 극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가는 일이 잦았다고 송강호는 전했다.
‘놈놈놈’은 김지운 감독이 작심하고 내놓은 만주 웨스턴. 만주의 드넓은 평야를 호방하게 내달리는 이미지로 시작된 이 영화의 핵심은 ‘이상한 놈’ 태구(송강호)였다. 송강호는 국가나 민족의 압박감을 갖지 않은 채 자유롭게 떠도는 인물을 코믹하면서도 인상적으로 소화해 “역시 송강호”라는 찬사를 받았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김지운 감독이 좋아하는 테마인 ‘흔들리는 남자’를 빼어나게 연기한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이 의열단의 제안을 받고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차가우면서도 비장하게 열연했다.
김지운 감독의 미개척 장르는 SF와 멜로다. SF는 강동원을 물망에 올려놓고 ‘인랑’을 준비 중이다. 다음엔 송강호와 장편 멜로 영화를 함께 할 수 있을까.
[김지운, 송강호. 사진 =마이데일리DB, 각 영화사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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