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송강호는-사람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뛰어난 코미디언이 아니라, 뛰어난 배우입니다. 그의 독창적인 인물 해석, 예측불허의 변화무쌍한 연기는 한국영화사에서 독보적인 것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개봉을 앞두고 전설의 영화잡지 ‘키노’와 인터뷰에서 송강호 연기를 호평했다. 당시 송강호는 ‘넘버3’의 조필, ‘조용한 가족’의 백수, ‘반칙왕’의 임대호 캐릭터 영향으로 코미디에 능한 배우로 인식됐다. 박찬욱 감독은 일찌감치 송강호의 폭넓은 연기력을 간파했다. ‘복수는 나의 것’의 차가운 복수, ‘박쥐’의 뜨거운 사랑과 완벽한 소멸은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던 영화다.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의 제안을 처음엔 거절하고 나중에 승낙했다.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영화라서 두려웠지만, 그것이 쾌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전장을 던졌다.
송강호와 작업하는 감독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연기에 놀란다.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촬영장의 공기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 ‘밀정’의 김지운 감독은 “순간순간 찰나에서 뿜어져나오는 별빛같은 연기에 감탄하곤 한다”면서 “차가운 연기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배우”라고 평했다.
박찬욱 감독의 평가처럼, 송강호는 “예측불허의 변화무쌍”한 연기로 한국 근현대사의 얼굴이 됐다. ‘YMCA 야구단’ ‘놈놈놈’ ‘밀정’으로 이어지는 일제시대 3부작, 유신시대의 아픔을 그린 ‘효자동 이발사’, 80년대 군부독재 시대의 시스템 붕괴 속에 모던한 연쇄살인을 수사하는 시골 형사를 다룬 ‘살인의 추억’, 국가보안법과 맞서 싸운 ‘변호인’, 남북병사들 간의 우정을 담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필모그래피는 그야말로 거대한 시대의 벽화다.
특히 ‘밀정’에선 ‘회색빛 인간’의 흔들리는 내면 심리를 밀도있게 연기했다. 일제시대의 위험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그의 연기는 서사의 개연성이 약하다는 영화의 단점을 씻어냈다.
그의 차기작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세계로 알린 독일 기자를 우연히 광주까지 태우고 간 택시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택시운전사’이다. 그가 이번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다시 만날 때는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장담 못해”라는 ‘밀정’의 대사처럼, 송강호는 대중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연기로 다시 관객을 찾을 것이다.
[사진 = 각 영화사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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