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1500억’ 폴 포그바의 포지션 논쟁이 뜨겁다. 현지 전문가들은 포그바가 4-2-3-1 포메이션의 ‘2명’보다 4-3-3 포메이션의 ‘3명’ 안에서 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포그바는 유벤투스 시절 ‘역삼각형’ 혹은 ‘다이아몬드’ 시스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리버풀 레전드이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인 제이미 캐러거도 주제 무리뉴 감독이 포그바를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술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각에선 포그바의 실력 자체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술에 따라 활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포그바는 원래 그런 선수다. 폭발적인 재능을 갖췄지만 특정한 자리에 설 때 그것이 극대화된다. 프랑스에서도 포그바를 어디에 세울지 항상 고민이었다. 그러나 디디에 데샹도 지난 유로2016에서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포그바는 다루기 까다로운 선수다. 잘 할 때는 전성기의 파트릭 비에이라, 야야 투레, 미하엘 발락, 안드레아 피를로를 모두 합쳐 놓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땐 매우 평범한 선수처럼 보인다다. 화려한 드리블에 집착하고, 쉬운 패스도 실수하며, 뒤늦은 태클은 경고로 이어진다. 어쩔 땐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다. 지난 맨체스터 더비가 그랬다. 캐러거는 그런 포그바를 “학교 운동장을 뛰는 어린 아이”로 비유했다.
#About Pogba
포그바는 중심에 설 때 100% 능력을 발휘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에서 쫓겨난 그가 유벤투스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한 것도, 그에게 맞는 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그바의 맨유 복귀가 결정됐을 때 가장 우려했던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술적인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4-2-3-1에서 그의 포지션은 어디일까 ⓑ웨인 루니와 공존은 가능할까 ⓒ윙어와 동선이 겹치진 않을까 그리고 이 물음은 예상대로 포그바의 맨유 적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첫째, 포그바는 유벤투스의 4-3-1-2와 3-5-2에 익숙하다. 프랑스 대표팀에서 4-2-3-1을 경험했지만 그에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우리는 그를 박수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로 분류한다. 하지만 포그바는 10번(공격형 미드필더)에 더 가깝다. 수비적인 규율이 부족하고 공격적인 스타일도 ‘패스’보다 ‘돌파’에 더 능하다. 패스를 받는 위치도 중앙보다 측면, 특히 왼쪽에 치우쳐 있다. 스탯만 보면 ‘윙어(winger)’ 같기도 하다.
둘째, 전성기를 지났지만 루니 역시 공을 많이 소유하길 원한다. 무리뉴 감독은 루니를 9번(스트라이커) 혹은 10번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루니는 미드필더 지역으로 자주 내려와 8번 혹은 6번(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인다. 전술적으로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는 현대축구에서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두 명 배치하는 건 낭비다. 누군가 패스하면 누군가는 전진해야 한다. 헌데, 둘 다 페널티박스 밖을 겉돈다. 캐러거는 단호하게 루니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무리뉴는 4-3-3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10번으로 뛰는 루니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포그바를 위해 포메이션을 바꾸는 게 옳은 일일까? 만약 그 선수의 몸값이 1억 파운드라면, 대답은 예스다”
셋째, 포그바는 전문 윙어가 있는 시스템에서 자주 동선이 겹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유벤투스의 그림자다. 4-3-1-2와 3-5-2 포메이션에서 포그바는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윙백(파트리스 에브라)과 호흡을 맞췄다. 포그바를 박스투박스가 아닌 박스투사이드(box-to-side)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4-2-3-1은 다르다. 이 시스템에서 포그바는 윙어와 자주 충돌한다. 수비 문제다 발생한다. 포그바가 사이드로 빠지면 중앙에 ‘1명’의 미드필더만 남는다.
#Juventus Pogba
유벤투스에서의 포그바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안토니오 콩테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니 모두 그에게 자유를 줬다. 전술적으로 포그바가 자유로웠던 이유는 항상 그의 옆에 ‘2명’의 파트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그바가 앞으로 전진해도 그의 빈 자리를 메워줄 선수가 항상 존재했다. 캐러거도 “유벤투스에선 포그바 옆에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안드레아 피를로가 있었다. 과거의 프랭크 램파드도 마찬가지다. 마켈렐레 같은 선수가 뒤에서 받쳐주는 3명의 미드필더 진형에서 빛을 발했다. 포그바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유벤투스는 포그바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마르키시오는 포그바가 전진했을 때 빈 자리를 대신했고, 피를로는 앞으로 이동한 포그바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다. 포그바는 그저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를 제치고 강력한 슈팅을 때리거나, 스트라이커에게 패스를 전달하기만 하면 됐다. 얼마나 심플한가.
#United Pogba
하지만 맨유는 그렇지 못하다. 선수가 다르고 전술이 바뀌었다. 무리뉴는 4-2-3-1 포메이션에 포그바를 집어 넣었다. 출발은 좋았다. 사우스햄튼과의 데뷔전에서 포그바는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우려했던 전술적인 문제점이 쏟아졌다. 맨더비 패배는 포그바를 왜 ‘2명’의 미드필더 진형에 가두면 안 되는지 보여줬다. “어린 아이” 같았던 그의 자유분방한 움직임은 마루앙 펠라이니의 수비적인 부담을 가중시켰다. 캐러거는 냉정하게 “포그바는 2명의 미드필더 자리에서 뛸 전술적인 인지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도 “포그바의 포지션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는 볼과 함께 달리며 3~4명을 제치려고 한다. 맨유는 리오넬 메시를 사온 게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France Pogba
우리는 프랑스 대표팀을 통해 포그바가 4-2-3-1 포메이션에서 얼마나 평범해지는지 이미 확인했다. 데샹 감독은 유로 2016에서 앙투완 그리즈만(세컨스트라이커)과 디미티르 파예(플레이메이커)를 활용하기 위해 포그바를 블레이즈 마투이디와 함께 ‘2명’의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포그바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을 잡은 뒤 앞에 있는 그리즈만 혹은 파예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하기에는 포그바가 가진 재능이 너무 많았다. 맨유의 전술적인 쟁점에서도 언급했듯이, 포그바는 자신의 앞에 플레이메이커도, 윙어도 없을 때 가장 잘 한다. 그런데, 레블뢰 군단에선 왼발잡이 마투이디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수비형 미드필더(은골로 캉테 혹은 요한 카바예)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프랑스의 패배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르투갈과의 유로 파이널에서 에데르의 결승골이 터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수비적인 규율이 부족한 포그바는 포백 수비의 저지선 역할에 실패했고, 에데르에게 치명적인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다.
#Jose Mourinho
과거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켈렐레를 통해 첼시에서 성공을 거둔 무리뉴가 전문 홀딩 없는 4-2-3-1을 선호하는 건 아이러니다. 아마도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성공이 무리뉴의 전술 철학에 변화를 준 것 같다. 그는 첼시에 복귀한 뒤에도 수비적인 능력이 부족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2명’의 미드필더에 세웠다. 파브레가스는 첫 시즌 1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첼시를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두 번째 시즌에는 수비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뉴는 맨유에서도 비슷한 전술을 가동하고 있다. 포그바가 파브레가스보다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수비도 잘 하지만 파트너가 캉테가 아닌 펠라이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이클 캐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리뉴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페예노르트와의 유로파리그에선 포그바를 앞으로 전진시키고 안데르 에레라와 모건 슈나이덜린을 뒤에 배치했다. 변화에 대한 의지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단순히 포그바를 올리는 것만으로 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긴 어렵다. 유벤투스에서의 포그바를 보기 위해선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