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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제 배우 이주승에게 흠뻑 취할 시간이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력을 뽐냈던 그가 첫 상업영화 주연작 '대결'에서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007년 영화 '청계천의 개'로 데뷔, '장례식의 멤버' '열병' '간증' '누나' 등의 독립영화를 거쳐 '피노키오', '식샤를 합시다2', '프로듀사', '너를 사랑한 시간' 등 드라마에서 쌓아온 연기 내공을 터뜨렸다.
그는 '대결'에서 취업 준비생 풍호라는 입체적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N포 세대'로 벼랑 끝에 선 청춘의 암울한 초상을 리얼하게 그리면서 회심의 대반격을 가하는 통쾌한 역전극을 썼다. 그야 말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듯 스크린을 훨훨 날아다녔다. 날개를 달아준 건 남다른 연기 열정을 쏟아부은 이주승 그 자신이었다.
"신동엽 감독님과 사전에 캐릭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했어요. 제가 촬영 전에 감독님의 사무실을 자주 찾아갔죠. 어떻게 하면 풍호라는 인물에 요즘 시대 청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신경 썼어요."
아무래도 풍호가 청춘을 대변하는 인물인 만큼 더욱 철저하게 캐릭터 분석을 했다. 덕분에 극 말미 풍호의 절대 갑(甲)을 향한 한 방은 더욱 통쾌한 울림을 선사한다.
"실제 제 주변 취준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요즘 친구들이 고민이 많더라고요. 취업률은 너무 낮고 경쟁률은 높고... 그렇다 보니 면접에서 압박감은 말도 못하죠. 그런 심정들을 감독님과 상의해서 풍호 역할에 녹아들게 하고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어요. "
뿐만 아니라 데뷔 이후 첫 액션 연기 도전으로 연습엔 무려 4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작품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건 그만큼 '대결' 한 작품에만 몰두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결'은 21세기 한국판 '취권'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 풍호가 형의 복수를 위해 한재희(오지호)의 현피(현실+Player Kill) 게임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풍호는 돈과 권력 앞에, 폭력과 부조리에 당당하게 맞고 싶은 마음에 드렁큰마스터 황 노인(신정근)에게 무술을 전수받는다. 인도네시아 전통무술 실라수터 유도, 합기도, 태권도 종합격투기까지 다양한 무술 액션이 펼쳐진다. 특히 이주승은 한국적으로 재해석된 절권도와 취권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월부터 다른 작품을 안 했어요. 휴식을 취하는 겸 차기작을 신중하게 고르려는 마음이었는데 마침 '대결'의 출연이 성사된 거예요. 제가 액션은 또 처음이고 해서 다른 작품은 못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대놓고 액션은 처음이었죠. 게다가 그냥 액션도 아니고 취권이잖아요. 액션스쿨에서 취권과 더불어 액션 연기의 기본기를 습득하느라 더 오래 걸렸어요. 취권은 하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액션이라 헬스장도 함께 다녔어요."
그렇게 연습한 끝에 역대급 명장면이 탄생됐다. 바로 영화 말미 등장하는 오지호와의 클럽 사투신. 이 장면은 4박 5일에 걸쳐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촬영됐다. 두 사람은 몸을 내던지는 리얼 액션을 그리면서 실신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는 후문.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쳤지만 이 장면에 임했던 이주승의 각오는 대단했다.
"이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분이었는데 저는 사실 제가 어디 한 군데 골절되거나 뼈가 부러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 종료 후 바로 다음날 들어가는 드라마 스페셜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죠.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안 다치고 잘 촬영을 마쳤습니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자 액션물이었는데 많은 분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어요."
어느 덧 8년차 배우가 된 이주승. 함께 독립영화계에서 활약해온 류준열, 변요한 등이 먼저 스타덤에 올랐지만 조급해하기는 커녕 여유가 느껴졌다. 그저 연기에 매진해 자신만의 길을 달려갈 뿐이었다.
"조바심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도 감사해요. 돌이켜보면 저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데뷔 때부터 좋은 작품들을 만나 지금까지 잘 연결됐죠. 앞으로도 그럴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사람들에게 그냥 저 이주승이라는 배우 참 좋다라는 얘기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바람이에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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