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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잉투기’의 엄태화 감독과 주연배우 엄태구는 충무로에서 ‘제2의 류승완-류승범 형제’로 불린다. 엄태화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패기 넘치는 연출력을 닮았고, 엄태구는 류승범의 날 것 그대로의 본능적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3년전, 독립영화 ‘잉투기’로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한 엄태화-엄태구 형제가 가을 스크린을 점령할 기세다.
먼저 엄태구는 ‘밀정’에서 일본경찰 하시모토 역을 강렬하게 소화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송강호 보러 갔다가 엄태구에 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인상적인 악역을 호연했다. 김지운 감독은 “오디션장에 마치 매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면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오디션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송강호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밀정’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조였다. 날카로운 눈매, 허스키한 목소리, 도드라진 광대뼈가 뿜어내는 악역 포스는 간담을 서늘케 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관객들도 엄태구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형 엄태화 감독은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11월 개봉)으로 데뷔 이후 첫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한다.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 세상은 몰랐던 그 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천연덕스러운 웃음이 터지는 영화”(최동훈 감독)라는 평을 받은 ‘잉투기’의 엄태화 감독이 감성 판타지 장르를 어떻게 변주할지 영화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2004), ‘친절한 금자씨’(2005)에 연출부로 참여하며 충무로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기담’을 거쳐 ‘숲’으로 2012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하며 연출 역량을 인정 받았다. 이듬해 ‘잉투기’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면서 차세대 재목으로 성장했다.
과연 ‘가려진 시간’으로 충무로에 던지는 첫 번째 도전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엄태화, 엄태구. 사진=마이데일리DB,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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