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복덩이 외인 3인방 없이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가능했을까.
21년만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외국인선수 3인방(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두산은 지난 몇년간 외국인선수 농사가 좋지 않았다. 2011년 입단한 니퍼트가 장수 외국인투수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니퍼트와 짝을 이루는 투수, 2014년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계속 시즌 중 외국인선수의 퇴출과 입단이 이어졌다. 개릿 올슨, 데릭 핸킨스, 크리스 볼스테드, 유네스키 마야, 앤서니 스와잭, 호르헤 칸투,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는 실패작이었다.
올 시즌에는 달랐다.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보우덴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다. 그래도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오히려 2014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썩 좋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서도 좀처럼 안정감 있는 제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더니 주무기 포크볼을 앞세워 리그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포크볼은 덜 꺾이면서 빠른 것과 많이 꺾이면서 느린 것으로 나눠 구사했다.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도 있고, 타자의 범타를 유인할 수도 있었다. 타자들은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 서서히 타자들이 보우덴의 포크볼에 적응하자 보우덴은 오히려 슬라이더, 커브 등 다른 변화구의 비중을 높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리한 대처다. 6월 30일 잠실 NC전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이후 후유증도 오래가지 않았다. 17승7패 평균자책점 3.87.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성적이다.
에반스는 전형적인 중거리타자다. 마이너리그서 2010년을 제외하면 한 시즌도 2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두산으로선 유쾌할 리 없었다. 지난 2년간 중거리 타자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포형 외국인타자를 데려올 수도 없었다. 홈 구장 잠실이 국내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시즌 초반까지 죽을 쒔다. 테이크백이 거의 없는데다 방망이를 잡는 위치도 낮은 편이다. 장타 생산과는 거리가 있는 폼이다. 주위의 걱정이 쏟아졌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에반스에게 타격폼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2군에 보내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줬다.
돌아온 에반스는 완전히 다른 타자였다. 쳤다 하면 잠실구장 관중석 최상단 광고판을 때렸다. 22일 잠실 삼성전까지 시즌 112경기 출전, 타율 0.302 23홈런 80타점. 김 감독은 에반스가 남다른 파워를 갖고 있다고 믿었고, 개성을 존중해줬다. 이제 에반스는 두산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가 됐다.
마지막으로 장수 외국인투수 니퍼트.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극적으로 부활했지만, 지난해 잔부상으로 부진했던 정규시즌의 나쁜 기억을 털어내야 했다. 니퍼트는 의도적으로 스프링캠프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시즌 중 몇 차례 선발등판을 거르긴 했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공백이 길었던 적은 없다. 꼬박꼬박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장기인 장신에서 내리꽂는 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21승. KBO리그 6년만에 최고령, 최소경기 20승을 돌파했다. 내년에는 역대 외국인투수 최다승(리오스, 90승)에도 도전할 수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외국인선수가 부진하면 팀이 어수선해진다.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오는 외국인선수는 팀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은 외국인선수 농사에 완벽히 성공했다. 니퍼트, 보우덴, 에반스가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21년만의 통합우승 역시 이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에서부터 니퍼트, 보우덴, 에반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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