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야구관계자들은 1년에 한 명의 선수를 제대로 키워내는 것도 힘들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키우는 선수'는 1.5군, 2군급 선수의 1군 주전급으로의 성장을 의미한다. 종이 한 장 차이지만, KBO리그를 취재하다 보면 실감한다. 그래서 리빌딩이 결코 쉽지 않다. FA 시장과 외국인선수 선발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두산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뉴 페이스를 발굴해냈다. 지난해까지 1~2군을 오갔던 타자 3명을 주축멤버로 끌어올렸다. 주인공은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 김재환과 오재일은 거포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년간 실전서 터지지 않았다. 오재일은 넥센에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한동안 주전경쟁서 밀렸다.
그러나 올 시즌 김재환과 오재일이 대폭발했다. 김태형 감독은 작년에 부임한 이후부터 김재환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타구 비거리, 타구 속도가 리그 최정상급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좌익수 수비 연습을 지시를 받았다. 동료와의 포지션 경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타격 매커니즘을 수정해 홈런타자로 거듭났다.
20일 잠실 삼성전까지 타율 0.338 36홈런 119타점 10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두산 좌타자 최초 30홈런, 두산 좌타자 최초 3·30·100·100을 달성했다. 22일 경기서 1득점을 추가하며 역대 두산 한 시즌 최다득점자가 됐다.
올 시즌 김재환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타이론 우즈, 심정수, 김동주의 위력과 맞먹는 아우라를 뽐낸다. 개막엔트리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어색한 좌익수 수비를 맡아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결국 두산 4번타자는 김재환이다. 김재환이 좌익수를 맡으면서 오재일과의 공존도 가능하다.
오재일도 주전 1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중 옆구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그러나 결국 극복해내고 맹활약 중이다. 20일 잠실 삼성전까지 타율 0.325 25홈런 85타점 65득점. 김재환이 전형적인 거포형 타자라면, 오재일은 라인드라이브 생산에 능하다. 좌우중간으로 2루타와 홈런을 고루 만들어낸다. 큰 덩치에 비해 1루 수비력도 빼어나다. 만년 백업이었으나 이제는 한 단계 성장했다. 22일 두산에 우승을 안기는 결승 투런포로 이름값을 해냈다.
박건우는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생긴 빈 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잘 메워냈다. 지난해 정수빈이 한국시리즈서 손가락을 다치자 백업으로 기용됐다. 올 시즌에는 아예 정수빈을 밀어내고 주전 우익수를 꿰찼다. 지난해 11월 무릎 수술을 받아 컨디션이 항상 좋지는 않다. 그래도 1번, 2번, 3번, 5~6번 등 4번을 제외하고 다양한 타순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정확성에 한 방 능력을 갖춘 중거리 타자로 거듭났다. 올 시즌 성적은 20일 잠실 삼성전까지 타율 0.333 18홈런 76타점 88득점.
두산은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의 성장으로 김현수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됐다. FA 계약을 맺은 오재원이 주춤하고, 베테랑 홍성흔도 부활하지 못했다. 그러나 라이징스타 3인방에 닉 에반스마저 맹활약하면서 오히려 두산 타선의 파괴력은 더욱 높아졌다. 워낙 전력이 좋고 선수구성이 탄탄하다. 라이징스타가 배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 막강 선발진과 기존 주축 타자들이 우승을 이끌었다면,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는 두산 우승에 제대로 소금을 쳤다.
[위에서부터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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