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21년만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김태형 감독의 공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현역 시절 화려한 포수는 아니었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2시즌 동안 OB-두산 원 클럽맨이었다. 성적은 타율 0.235 9홈런 157타점 163득점. 건실한 수비형 포수이자 백업 포수였다.
그의 존재감은 그라운드보다는 덕아웃, 그리고 야구장 밖에서 빛났다. 중고참 때부터 선수단 내에서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다. 선배들에게 깍듯한 후배였다. 후배들에겐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였다. 입담이 좋아 선수단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도 잘 띄웠다. 한편으로 팀 케미스트리에 저해되는 행동을 하는 선수들을 두고 보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외국인선수 도입 초창기에 그들의 군기반장 노릇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은퇴 후 배터리 코치로 변신했다. 선수 시절부터 리더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한 두산 구단의 날카로운 판단이 있었다. 코치로서도 호평 받았다. 두산이 21세기에도 꾸준히 포수사관학교로 불린 건 김태형 배터리코치의 지도력이 한 몫 했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평가다. 김경문 감독 밑에서 착실히 감독 수업을 받았다. 김경문 감독이 2011시즌 도중 두산을 떠나자 SK로 옮겨 3년간 친정을 외부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이 떠난 뒤 김진욱, 송일수 감독을 차례로 임명했다. 이때 김 감독도 영입 리스트에 있었다. 구단이 가장 잘 한 건 송일수 전 감독을 1년만에 해임한 것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1년만에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 부분이 결국 준비된 김 감독이 친정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2015시즌 2년 계약을 맺고 마침내 친정 감독으로 부임했다. 애당초 구단은 2014년 흔들렸던 팀을 2015년에 바로잡고, 2016년에 승부를 보길 기대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15시즌에 덜컥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다. 2001년 이후 14년만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21년 묵은 페넌트레이스 우승까지 해냈다. 구단은 전반기를 마치자 마자 2017시즌부터 3년 재계약을 발표,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올 시즌 두산은 김 감독 리더십이 확고하게 뿌리내렸다.
김 감독은 저연차, 고참, 외국인선수를 모두 똑같이 대우했다. 일반적으로 고참, 외국인선수에게 아무래도 배려를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팀 케미스트리를 바로 잡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실력으로 주전을 꿰찬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했다. 훈련량 조절을 알아서 하게 했다. 피로하다 싶으면 탄탄한 백업 멤버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했다. 그 결과 백업 멤버들에겐 동기부여를, 기존 멤버들에겐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동등한 대우를 하고, 팀 퍼스트 정신을 앞세웠기에 더욱 빛났다.
초보답지 않게 부진한 선수를 기다려줬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김재환의 타격 잠재력을 부임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게 봤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서 좌익수 수비연습을 지시하더니 커리어하이 시즌을 이끌어냈다. 노경은을 롯데로 보낸 것, 시즌 중반 이후 부진에 빠진 이현승 대신 경찰청에서 돌아온 홍상삼을 마무리로 낙점한 것도 김 감독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대목. 7~8월 전체적으로 집단 타격슬럼프 조짐이 보이고 불펜마저 더욱 흔들리자 오히려 선수들에게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도록 유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2년차 감독답지 않게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감독이 불안해하면 선수들은 더 불안해진다는 게 김 감독 논리다.
단기전에선 이미 역량을 인정 받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당시 선발진은 강했다. 그러나 불펜은 원래 탄탄하지 않은데다 필승계투조가 완벽히 무너진 상태였다. 삼성의 전력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서 조금의 빈 틈도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뚝심, 승부처에서의 과감한 선수기용 등이 돋보였다.
기본적으로 두산 구단이 사람을 잘 봤다. 김 감독이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멍석을 확실히 깔아줬다. 그랬더니 김 감독의 리더십이 2년 연속 빛을 발하고 있다. 21년만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그리고 21년만의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도전. 김 감독이 두산 야구의 역사를 바꿔놓고 있다.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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