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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믿고 보는 배우."
충무로에는 시나리오가 쉼 없이 쌓이는, 소위 '믿고 보는 배우' 중 단연 톱배우가 있다. 배우 황정민이다. 황정민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일일이 다 읽어본다. 그의 말에 따르면 100% 다 읽어보고 스스로 결정한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황정민은 여전히 홍조 가득한 얼굴로 기자들과 만났다. 최근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 촬영 중으로 많이 야위고 피부도 많이 탔고, 짧게 머리를 잘라야 했기 때문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에는 'ASURA'라고 적혀 있었는데, '군함도' 촬영장에서도 저 모자를 쓰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모자 예쁘지 않아요? 그래서 머리도 짧고 하니까 '군함도' 촬영장에서 잘 쓰고 다녀요. 류승완 감독이 '아, 뭐야'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는데, 지금 개봉을 앞둔 건 '아수라'니까.(웃음)"
황정민은 올해 이일형 감독의 '검사외전'으로 970만, 나홍진 감독의 '곡성'으로는 쉽지 않은 스토리임에도 687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그야말로 식지 않는 충무로 흥행보증수표의 저력을 또 한 번 과시했다. 이어 '아수라'에서는 불도저처럼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마다않는 안남시장 박성배 역을 맡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열연을 펼친다.
'곡성'에 이어 '아수라'로 올해만 두 작품째 함께 한 곽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황정민에 대한 극찬을 쏟아놨다. 특히 그는 "황정민 형의 시나리오 보면 정말 다들 놀란다. 전교 1등의 비법노트를 보는 줄 알았다. 일일이 세세하게 그 상황마다의 눈빛과 말투 등을 대사 옆에 적어두더라. 그에 비하면 내 시나리오는 깨끗하다"라고 말했다. 황정민에게도 직접 '전교 1등' 시나리오와 관련해 물었다.
"연기를 잘 못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예요.(웃음) 곽도원 봐요, 얼마나 연기를 신들린 사람처럼 잘 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계속 보고 써서 할 수 밖에 없어요. 극 중에 '도경이니?'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1에서 10으로 높낮이를 줘서 그래프처럼 그리는 거예요. 조금만 낮거나 높아져도 관객들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니까 성조에도 신경을 쓰곤 해요."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장에서 여건 상 대본이 바뀌게 되는 경우에도, 그의 그래프 그리기는 또 다시 계속 됐다. 그런 그에게 이제는 자신을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될 최고의 배우가 아니냐고 묻자, 전교 1등다운 답이 전해왔다.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사람도 아닌데 노력이라도 해야죠. 그리고 현장에서 시나리오가 바뀌어도, 24시간 안에, 집중하면 1시간 안에도 다 할 수가 있는 작업이에요. 제 몸 좀 편하자고, 학교 다닐 때부터 해왔던 그 작업을 하지 않으면 촬영이 다 끝나도 찝찝할 것 같아서 하는 거예요. 앞으로도 이 작업은 제가 배우를 하는 내내 할 것 같아요."
[황정민.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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