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신촌 김진성 기자] 은희석 리더십이 꽃을 피웠다. 연세대가 대학농구 고려대 시대를 종식시켰다.
연세대는 대학농구 명가다. 고려대는 영원한 라이벌이다. 그러나 2010년 출범한 대학농구리그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출범 초창기에는 왕조를 구축했던 중앙대, 경희대 천하에 눌렸고, 이종현과 강상재가 고려대에 입학한 뒤에는 고려대의 통합 3연패 들러리 역할을 했다. 그렇게 2011년, 2014년, 2015년 준우승만 차지했다.
2014년 여름, 전임 정재근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다. 이후 연세대가 선택한 사령탑은 KGC에서 은퇴하고 미국 연수를 통해 지도자 생활에 들어간 은희석이었다. 은 감독은 2014년 8월 부임한 뒤 준비된 사령탑, 공부하는 사령탑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 오리온 추일승 감독 등 KBL 명장들이 한결같이 칭찬하는 지도자가 은희석 감독이다. 실제 은 감독은 프로 지도자들에게 전술, 선수관리 등 좋은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자문을 구했다. 연구를 등한시하고 자존심만 센 캐릭터가 즐비한 일부 아마추어 지도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대학농구는 스카우트 싸움이다. 좋은 선수를 누가 한 명이라도 많이 데리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연세대가 당장 고려대의 아성을 넘긴 어려웠다. 그러나 연세대도 고려대 못지 않게 재능 넘치는 선수가 많았다. 은 감독은 이들을 데리고 차근차근 전력을 끌어올렸다. 고학년 간판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몇몇 프로구단에만 있는 공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서서히 빛을 발했다. 2015년 대학리그서 고려대를 끝까지 괴롭힌 끝에 준우승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MBC배 대학농구서 마침내 고려대를 누르고 우승했다. 2009년 2차연맹전 이후 7년만의 정상 복귀였다.
물론 대학 최고 파워포워드 최준용, 최고의 포인트가드 허훈, 건실한 슈터 안영준을 보유했다. 그러나 은 감독 부임 이후 조직적 완성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대학에서 허술한 스위치디펜스, 더블팀과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격에선 프리랜스 오펜스를 유도하되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틀을 만들었다. 코트 밖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 여기에 아마추어 농구에서 지향해야 할 희생정신과 허슬플레이 정신을 가미했다. 한 관계자는 "은 감독이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그 결과 연세대는 올 시즌 개막전서 고려대에 패배한 뒤 정규시즌, 플레이오프까지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고 우승을 달성했다. 특정 선수의 기복에 팀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는 대학농구 특유의 병폐를 벗어던진 결과다. 박인태, 천기범, 안영준, 김진용, 김경원 등 고학년과 저학년이 조화된 무서운 팀으로 거듭났다. 누구나 히어로가 됐고, 또 누구나 코트에 몸을 날렸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고, 기복도 있었다. 그러나 은 감독은 자신이 정한 틀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고,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을 이끌며 결실을 봤다.
연세대의 우승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대학농구도 더 이상 특급선수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도자도, 선수도 노력하고 연구해야 살아남는다. 건강한 시스템, 진실한 땀으로 구축한 팀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대학농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이종현, 강상재, 최준용 등 빅3가 빠져나간다. 이제부터 개개인과 팀이 조화로운 조직이 살아남는 진정한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연세대의 미래는 밝다.
[연세대 선수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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