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의지 시리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가져간 두산. 더스틴 니퍼트(8이닝 무실점)와 장원준(8⅔이닝 1실점)이 지배한 경기였다. 타자들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지만, 니퍼트와 장원준이 든든하게 버텼기 때문에 2연승도 가능했다.
니퍼트와 장원준을 실질적으로 리드하고 조율한 주인공이 포수 양의지다. 1~2차전 크고 작은 승부처서 NC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기본적으로 니퍼트와 장원준이 좋은 투수들이다. 그러나 양의지가 이들을 승부처서 더욱 강인하게 만든 것도 분명했다.
니퍼트가 나섰던 1차전. 니퍼트는 1회에 이종욱, 박민우, 나성범에게 단 1개의 변화구도 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도 "처음에는 직구 위주로 갈 줄 알았다"라고 했다. 그날 니퍼트 패스트볼 구위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정규시즌 후 3주간 푹 쉬면서 구위에 더욱 힘이 붙었다. 양의지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1회부터 힘으로 NC 타선을 억눌렀다. 변화구는 2회 선두타자 에릭 테임즈에게 처음으로 던졌다.
니퍼트-양의지 배터리는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변화구 배합을 조금씩 늘렸다. 6회 선두타자 김성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7회 나성범에게 첫 안타를 내준 뒤 특히 신중하게 볼배합을 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어 실점을 하지 않았다. 8회까지 버틴 원동력이었다.
니퍼트와 맞대결했던 재크 스튜어트는 포수 김태군과 사인을 주고 받으면서 몇 차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니퍼트는 거의 그런 일이 없었다. 물론 볼배합도 결과론이다. 스튜어트가 때로는 자신의 감을 앞세워 두산타선을 봉쇄한 것도 맞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의지는 니퍼트가 고개를 저으면 다음에 생각하는 공을 딱 알고 있다"라고 했다. 양의지가 그만큼 투수와 상대 타자들의 특성을 잘 캐치한다. 그리그 그 부분을 토대로 세부적인 상황에 녹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당연히 니퍼트의 의중을 눈치채는 게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은 이미 수 년간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NC 입장서 1차전이 예측 가능하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볼배합이었다면, 2차전은 허를 찔린 측면이 있었다. 양의지는 2차전을 앞두고 "어제보다는 점수가 많이 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1차전과는 달리 모험수가 필요했다. 장원준은 왼손타자 상대 체인지업, 오른손타자 상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재미를 봤다. (물론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 비중보다 높지는 않았다)
보통 왼손투수는 오른손타자에게 체인지업, 왼손타자에게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이기 때문이다. 실투를 해도 장타를 맞을 확률은 크지 않다. 그러나 장원준-양의지 배터리는 역으로 갔다. 실투를 하면 장타를 맞을 확률이 높은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적지 않게 구사했다는 건 그만큼 양의지에게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최대 위기였던 1-1 동점, 8회초 2사 1,2루 역전 위기 볼카운트 2B2S서 6구 헛스윙 삼진을 끌어낸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살짝 떨어지면서 박민우를 완벽히 속였다. NC 타자들은 전날 니퍼트의 빠른 볼을 겪은 뒤 장원준의 빠른 볼에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자연스럽게 경기 중반 이후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을 예상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같은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이라도 한 번 꼬아서 역발상으로 NC 타자들을 상대한 게 주효했다. 10개의 안타를 맞고도 1실점으로 버텼던 이유다.
니퍼트, 장원준은 5~6차전에 다시 등판한다. 그러나 양의지는 3차전 마이클 보우덴, 4차전 유희관과도 계속 배터리 호흡을 맞춘다. NC로선 두산 선발투수들보다 양의지가 더 까다롭다. 한국시리즈가 양의지 시리즈로 흐르고 있다.
[양의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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