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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지쳤다. 그러나 전력이 약화된 모비스가 오리온을 완벽히 요리하지 못했다. 오리온은 그 빈 틈을 놓치지 않았다.
4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은 2일 삼성과 2차연장을 치르느라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모비스는 일시대체 외국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이날 입국, 손발 한번 맞춰보지 못하고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두 가지 요소는 이날 경기의 최대변수였다. 예상대로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친 오리온은 수 많은 슛을 놓쳤다. 득점머신 애런 헤인즈의 야투가 이렇게 부정확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특유의 효율적인 패스게임도, 활발하면서 끈끈한 스위치디펜스와 맨투맨도 실종됐다. 공수에서 너무 정적이었다.
정상적인 모비스였다면 오리온을 압살해야 했다. 그러나 양동근이 없는 모비스는 확실히 약해졌다. 동부전 승리로 흐름을 반전했지만, 유재학 감독은 "동부가 방심했던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행히 브레이클리는 필리핀에서 퇴출된 뒤 6개월이나 쉬었으나 몸 놀림이 괜찮았다. 로드에게 내주는 패스센스도 돋보였고, 속공 가담과 마무리도 좋았다.
양동근이 빠진 뒤 모비스가 가장 달라진 건 어떤 상대든 최소한 시소게임을 펼치면서 상대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 사라진 점이다. 양동근은 볼배급뿐 아니라 4쿼터 승부처서 해결사까지 도맡았다. 그 결과 지난 시즌까지 모비스는 팽팽한 흐름서 상대를 힘으로 누르는 저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모비스는 그렇지 않다. 오리온이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확 달아나지 못했다. 찰스 로드는 여전히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다. 올 시즌 골밑에서 비벼대는 전투력이 떨어졌다. 이날 조금 좋아졌지만, 여전히 2% 부족했다. 함지훈이 이승현의 느슨한 마크를 버텨내면서 내, 외곽을 오가며 분전했다. 그러나 로드의 부실한 전투력, 외곽공격수들의 부족한 지원 등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지친 오리온이 2쿼터 중반 체력부담이 덜한 지역방어를 기습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공격을 매끄럽게 풀지 못했다. 역시 양동근 공백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은 2쿼터에 외국선수 1명으로 상대 외국선수 2명과 맞붙는 불리함을 감수하면서 블레이클리의 체력을 조절해줬다. 그리고 3쿼터에 현재 공수 컨트롤타워를 맡는 함지훈 대신 투입,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블레이클리와 로드, 국내선수들의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
오리온은 4쿼터 초반 헤인즈와 문태종이 바짝 힘을 냈다. 그러나 여전히 외곽포가 말을 듣지 않았다. 1점차까지 추격했으나 역전을 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경기종료 5분43초, 5분19초전 송창용에게 연이어 3점포를 맞았다. 상대 스크린에 대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몸을 부딪히면서 뚫고 따라가거나 스위치를 해야 했으나 체력적으로 버거웠다.
그래도 오리온은 문태종과 헤인즈를 앞세워 골밑을 공략, 추격했다. 미스매치를 철저히 활용한 노련미가 돋보였다. 모비스 로드의 골밑 수비 문제점 파고든 결과였다. 그 결과 승부를 또 다시 연장으로 몰고 가는 저력을 선보였다.
연장전. 오리온은 노련했다. 김동욱이 송창용을 상대로 4쿼터 막판부터 지속적으로 포스트업 공격에 성공한 부분, 헤인즈와 문태종이 결국 승부처서 해낸 부분 등은 오리온의 진정한 저력이었다.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으나 상대의 약한 고리를 끝내 공략해냈다. 다만 오리온은 2일 2차연장전 후유증이 공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이틀 뒤 만만찮은 상대 전자랜드와 홈 경기를 갖는 일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컨트롤이 숙제다.
모비스는 로드의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후반전에는 예전의 전투적인 골밑 공격이 간간이 나왔다. 물론 좀 더 나와야 한다는 게 유 감독 설명이다. 블레이클리는 득점은 많지 않았으나 몸 놀림 자체는 괜찮았다. 로드, 국내선수들과의 호흡이 괜찮았다. 당분간 체력조절을 해서 출전하면 모비스 공격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다만, 모비스는 승부처서 한 방을 터트릴 해결사가 없는 점, 골밑과 외곽에서의 수비약점들이 드러났다. 양동근 공백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유기성과 약화된 수비조직력은 분명한 아킬레스건이었다. 연장전 스코어만 3-15. 모비스가 지친 오리온을 압살하지 못하고 되치기를 당한 이유였다.
[모비스-오리온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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