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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호, 아침드라마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침드라마 캐스팅됐다고 엄마한테 전화했을 때 가장 행복했어요. 그때 어머니의 그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배우 장재호. MBC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에서 어머니 말 안 듣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무섭도록 집착한 홍수혁으로 지난 6개월을 살았다. 아침드라마는 2008년 연극 '그 이불 속의 아쉬움'으로 데뷔한 후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진짜 부끄러워요. 어제 시청자 게시판도 쓱 읽고, 제 이름으로 검색해서 댓글도 읽어봤어요. 비평이나 안 좋은 말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부끄럽더라고요."
아침드라마는 촬영 일정이 촉박하기 마련이라 극 후반부 전개가 몰아치며 캐릭터의 감정 변화도 극과 극을 오가기 일쑤다. 그 흐름을 쫓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극적으로 가는 감정들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너무 어렵더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에요. 유아인 씨나 이제훈 씨 같은 분들에게 대본을 줬으면 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다 잘해내셨을 것 같아요. 다 제 역량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에서 장재호의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눈빛이다. 윤정원(우희진)에게 매달리고, 모친 차승희(오미희)에게는 반항하며 울부짖을 때, 희번덕거리던 그 눈빛이다. 매끄럽게 정제된 연기가 아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거친 표현은 오히려 너무 생경해서 홍수혁의 감정을 더욱 불안하게 고조시켰다. 살아있는 눈빛이었다.
장재호에게 물었다. "캐스팅 확정됐다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는 '좋은 사람' 홍수혁과 달리 마냥 좋은 남자였다. 태어나서 화를 내본 적도 없다며 "워낙 속으로 삭히는 성격이라 연기할 때는 좋이 않은 것 같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시절 손님으로 온 연기자와 감독을 뒤에서 지켜보던 순간과 불 꺼진 가게에 홀로 남아 대사 연습을 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의 고민은 모두 '행복'이라고 한다.
"부모님께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을까 싶어요. 그런데도 내색 한번 안 하셨거든요. 이번에 캐스팅된 거 말씀 드리니까 '열심히 해. 믿어주시는 분들 실망시키지 않게'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울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울컥하네요."
울컥하는 장재호의 눈빛은 '좋은 사람' 속 희번덕거리던 홍수혁의 눈빛과는 달랐다. 장재호의 눈빛 속에 어쩌면 아직 본인도 깨닫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깊숙이 웅크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드라마에 나오니까 가끔 식당에 가면 사장님들이 알아봐 주세요. '잘 보고 있다'고 반가워도 해주시고요. 얼른 부모님 모시고 식당에 한 번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때 알아봐 주시면 부모님이 참 좋아하실 것 같거든요. 하하."
장재호가 다짐하는 순간, 그의 눈빛은 한번 더 바뀌었다. "목숨 걸고 하고 싶어요. 연기를요. 즐기지 못하더라도 전 목숨 걸고 할 겁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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