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가수 한희준이 첫 뮤지컬에 도전한다. 계획도 없었고 그로 인해 두려움도 크다. 미국 최대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11’에 이어 SBS ‘K팝스타3’에 출연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은 그이지만 뮤지컬은 처음.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중이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배금택의 인기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해 80~90년대 최고의 인기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 된 주인공 영심이가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추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한희준은 영심이를 짝사랑하는 순정남 왕경태 역을 맡았다.
사실 한희준에게 뮤지컬 계획은 없었다. 뮤지컬 발성도 아니고 그만큼 끼가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하고 춤을 추고 그 삶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의 연속이었고 부담스러웠다.
한희준은 “여러모로 자신 없는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가수이다 보니 이게 판을 깨는 움직임이 아닌가 싶었다”며 “근데 ‘젊음의 행진’이기 때문에 제가 쉽게 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왕경태라는 캐릭터가 그냥 나인 것 같더라. 너무 이미지가 똑같아서 그냥 왕경태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공연을 봤었는데 이렇게 출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출연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는데 처음 시작이 이렇게 좋은 작품이라 다행이죠. 사실 뮤지컬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제 나이 또래 한국 친구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게 재밌어요. 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처음이고 너무 행복해요. 기회를 맞아서 뮤지컬 데뷔를 하는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행복은 그런 부분에서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아, 분명히 나는 한국사람이었는데..’ 이런 걸 느끼면서 ‘내가 사춘기를 한국에서 보냈으면 이렇게 보냈겠구나’ 하면서 근본적인 행복을 찾고 있어요. 교복도 처음 입어보고 한국 학교의 모습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다가 직접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어려움 없이 넘버를 소화하고 있다. 이문세, 토이, 손지창의 곡을 평소 즐겨 부른 덕에 표현에 무리가 없다.
자신 있는 곡은 ‘깊은 밤을 날아서’다. “노래를 할 때 너무 신난다. 또 내가 너를 위해 달려간다는 게 몽글몽글하다”며 경태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실 한희준은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경태의 오랜 짝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대 연기도 어색한데 연애 스타일도 경태와 많이 달라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왕경태의 마음을 이해하며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경태가 영심이를 16년 동안 사랑했던 순애보적인 따뜻한 남자라면 저는 진짜 안 그래요. 여자가 싫다 하면 싹 보내주고 깔끔하게 정리하죠. 그래서 경태가 이해 가지 않았고 따뜻한 순애보적인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연애를 제대로 못해봐서인지.. 그래서 지금 헛살았나 싶기도 해요.(웃음) 처음엔 대사도 오글거리고 경태의 무게감을 전달하는데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어요. 좀 쿨한 스타일이라 다정다감한 경태와 융합되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요즘엔 좀 따뜻한 연애를 하고싶은 마음이 들어요. 추워서 그런지 요즘에 이걸 하면서 저도 모르게 몽글몽글하게 따뜻한 사랑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연습 올 때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 마음?(웃음) 순수한 사랑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경태 덕분에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심장이 뛰는게 느껴지고 내 인생만 신경 쓰던 제가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왕경태의 사랑 오영심 역의 신보라, 정가희와의 호흡은 어떨까. 한희준은 “보라 누나와 가희는 완전히 다르다”고 운을 뗐다.
“가희는 평상시랑 연기할 때랑 너무 달라요. 평상시에는 남자 같고 털털한데 연기할 때는 그렇게 여리여리 할 수가 없죠. 끝나면 약간 속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할 때는 뭔가 지켜주고 싶어요. 반면 보라누나는 일상생활이랑 연기할 때랑 되게 많이 비슷해요. 항상 진중하고 뭔가 위트 있으면서도 가볍지 않죠. 그래서 오히려 저를 끌어주는 느낌이에요.”
동료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점점 왕경태에게 다가가고 있는 한희준은 뮤지컬 도전 후에도 다방면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앨범도 준비하고 있고, 예능 프로그램 역시 꾸준히 출연할 계획. 글도 쓰고 있다.
“잘 하는 걸 하고 싶고 인정 받고 싶은데 지금은 여러 분야에 낚싯대를 놓고 있어요. 지금은 뮤지컬과 합이 잘 맞아요. ‘젊음의 행진’이 제겐 복덩이에요.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일이 되게 잘 풀리고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사실 ‘아메리칸 아이돌’, ‘K팝스타3’부터 해서 예능 프로그램도 ‘너의 목소리가 보여’, ‘노래의 탄생’, ‘판타스틱 듀오’ 같은 서바이벌만 해왔어요. 인생이 서바이벌이었죠. 항상 다른 사람의 노래만 부르니까 좀 흔들리는 게 있었는데 ‘젊음의 행진’은 물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다른 선배님들의 노래를 하긴 해도 왕경태가 되어서 제 마음을 노래하니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자격지심도 사라졌어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가 학창시절이 붕 떴다고 표현한 그는 ‘아메리칸 아이돌’과 ‘K팝스타3’로 인생이 뒤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알렸고 예능 및 뮤지컬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겸손하고 착실하게 올라가려 한다.
“진짜 좋은 영향력을 주는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이 사람’ 하면 ‘노래가 좋다’ 이런 것보다 ‘되게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는게 제 꿈이에요. 그러려면 좋은 콘텐츠를 많이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에서든 훌륭하고 선한 영향력을 남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한편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오는 10일부터 2017년 1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희준.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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