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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처음엔 설 익은 열매 같았다.
슈퍼주니어 규현이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MC석 맨 끝에 앉아, '임시'라고 적힌 노란색 완장을 차고 수줍음을 발산하던 게 벌써 5년 전이다. 걸그룹의 등장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자신이 맡은 작은 코너를 진행하면서도 쑥스러워하기 일쑤였다.
기가 센 MC들 옆에서 한 두 마디씩 거들며 추임새를 넣는 정도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 게다가 MC 신정환의 공백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규현을 향한 평가가 더욱 쌀쌀맞았던 것도 사실이다.
규현은 '독설 강자' 김구라 옆에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너스레도 잘 떨고 주눅도 안 든다. 어느덧 게스트를 쥐락펴락하는 밀당의 기술까지 지니게 됐다.
다만 기가 꺾이는 상황도 더러 있다. 선배 가수나 나이가 많은 출연자들 중엔 "네가 감히"라며 말문을 막기 때문. 그럴 때마다 규현은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내며 웃음에 웃음을 더하곤 한다. 때로는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 캐릭터 이미지로 소비되곤 하지만 톡톡 튀는 재미가 남다르다.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아이돌 혹은 차세대 발라드 왕자로 대표되는 이미지 때문에 게스트를 독설로 저격하는 여러 상황들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얄밉도록 잘 치고 빠진다.
최근에는 규현이 성대 결절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여러 명의 임시 MC가 빈자리를 채웠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라스' 마지막 자리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계기도 됐다.
'지상파 MC'로서 규현의 존재감과 자존심은 역시 만만치 않은 멤버들로 구성된 종합편성채널 JTBC '아는형님'에서 도드라졌다. 규현은 "지상파 MC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겠다"라며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졌고 게임에서 거듭 고배를 마실지언정 웃음 분량은 확실하게 챙긴 것이다.
규현에게 '지상파 MC'라는 타이틀은 꼭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리고 있다.
[사진 = MBC 제공, JTBC 방송 화면 캡처]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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