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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최근 들어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는 '정치' 얘기다. 사실 정치에 국한된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재난 같은 이야기다. 영화 '내부자들' 상영 당시 사람들은 "저런 이야기가 실제로 있겠어?"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끝을 본다. 아니,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와중에'라는 말이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국내외 사건들때문에, '이와중에'라는 문장부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와중에' 희망을 봐야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앞서 불거진 연예계 블랙리스트는 큰 파장을 낳았다. 암암리에 있을 거라고만 여겨왔던 블랙리스트가 가시화됐고 대중에게 호감인 연예인 송강호, 정우성, 백윤식, 김혜수, 김태우, 문소리, 박찬욱 감독, 장진 감독, 양우석 감독, 정지영 감독 등 문화예술인 695명과 문학인 754명 등이었다.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명분은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과 '세월호 시국 선언'을 했다는 이유.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를 제치고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미국의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는 트럼프의 당선에 "오늘은 미국에 부끄러운 밤"이라며 좌절을 했다는 표현을 했고 셰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목성으로 떠날 것"이라고 강하게 소신을 밝혔다. 이밖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정치 소신을 밝히며 쓴소리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블랙리스트라는 상자가 열린 아이러니다.
우리의 사회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pandora)는, 인간으로 태어나 불행을 가두어둔 상자를 여는 바람에 인류의 모든 불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있었던 단 하나. '희망'이 있다. "상자 안에는 희망도 들어 있어, 인간이 온갖 불행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었다"라는 말이 있다. 희망,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있는 희망으로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많은 재난 영화들의 말미는 희망을 외친다. 올해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에서 만삭의 여자와 꼬마 아이가 어두운 터널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또 다른 재난 영화 '터널'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구조대장의 노력으로 한 남자가 살아난다. 드라마에서도 다르지 않다. 모든 드라마가 '해피엔딩'을 꿈꾼다. 우리 현실 속에서도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면서.
[영화 '부산행'·'터널'·'판도라' 포스터. 사진 = NEW-쇼박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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