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추락한 KBL, WKBL 팀들에 공통점이 있다.
외국선수의 부상과 부진이다. 외국선수 비중이 높은 KBL, WKBL서 외국선수 관련 악재를 겪은 팀이 해당 시즌 상위권에 오른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올 시즌에도 그렇다. 몇몇 팀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4연패, 1승6패로 최하위에 처진 kt. 불운이 심각하다. 전체 1순위 외국선수 크리스 다니엘스를 단 1경기도 쓰지 못했다. 개막 직전 아킬레스건에 부상했다. kt는 제스퍼 존슨을 대체선수로 불렀다. 그러나 존슨의 저조한 게임체력, 래리 고든과 겹치는 공격 동선을 해결하지 못했다.
10일 KCC전은 다니엘스의 복귀 예상경기였다. 그러나 다니엘스는 최근 햄스트링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결국 고든만으로 KCC를 상대했고, 졌다. KCC 역시 주축들의 부상으로 정상전력이 아니었다. kt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였다. 두 배의 데미지를 입었다.
kt는 12일 모비스전부터 허버트 힐을 대체 외국선수로 활용한다. 힐은 골밑 득점력은 검증됐다. 그러나 수비력이 좋지 않다. kt로선 대체 외국선수 인력풀에 한계가 있는 현실상 최선의 선택을 했다.
kt를 잡고 기사회생한 KCC도 여전히 사정은 좋지 않다. 2승6패, 9위다. 절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은 앞으로도 2주 정도 출전할 수 없다. 사타구니 부상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다. 대체선수 에릭 와이즈는 골밑 지배력이 있다. 그러나 에밋만큼의 득점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결국 KCC는 전태풍, 하승진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에밋의 공백이 뼈 아프다.
그나마 모비스는 다행이다. 네이트 밀러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체 외국선수로 선발한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괜찮다. 게임체력이 나쁘지 않다. 슈팅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돌파력과 득점력, 패스센스를 두루 갖췄다. 모비스 국내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이유다. 심지어 골밑에서 상대 빅맨도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다. 블레이클리가 합류하면서 내, 외곽에서 롤이 많았던 함지훈의 부담감이 줄었다. 파울트러블에 자주 걸리는 찰스 로드에 의한 리스크도 줄였다. 모비스는 2승5패, 8위지만 여전히 치고 나갈 저력이 있다.
WKBL도 사정은 비슷하다. 1승 후 3연패에 빠진 5위 신한은행이 심각한 상황이다. 1라운드서 뽑은 모건 턱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 2라운더 아둣 불각, 대체 외국선수 알렉시스 바이올레타는 체격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 골밑에서 존재감도 사실상 없다. 불각은 우리은행전서 반짝 활약을 했으나 꾸준함은 없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전 직후 "둘 다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고 했다. 신기성 감독도 KB전 패배 직후 같은 발언을 했다. 순위다툼서 더 밀리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만, 2명 모두 교체할 경우 불각, 알렉시스까지 무려 4명의 외국선수 몸값을 시즌 내내 책임져야 하는 게 신한은행으로선 부담스럽다.
3연패로 최하위에 빠진 KEB하나은행은 불행 중 다행이다. 1라운드 외국선수 에어리얼 파워스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대체선수 카일라 쏜튼, 2라운더 나탈리 어천와는 예상 외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 골밑 마무리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리그를 압도하는 기량도 아니다. 국내선수 전력이 약하다. 팀 자체가 외국선수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성은 아니다.
외국선수들이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하는 팀들은 대부분 중, 상위권에 위치했다. 그러나 외국선수 악재에 시달리는 팀들은 하필 국내선수 구성도 약하다. kt와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KCC도 하승진이 발목 수술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전태풍도 팔꿈치 부상으로 당분간 뛸 수 없다. 국내선수 전력이 약화된 이 팀들은 외국선수들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운이 없다.
감독들은 외국선수들 위주로 시즌 플랜을 짠다.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메인 외국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거나 부진할 경우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악을 대비한 플랜B, 플랜C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외국선수 불운만 탓하는 것도 소용 없다. 현재 외국선수 악재에 시달리는 팀들 중 이 부분이 돋보이는 팀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블레이클리 영입과 동시에 임기응변능력을 과시, 반전 계기로 삼은 건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 구단의 투자에 대한 중요성도 여실히 드러난다. kt, 모비스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거물급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하나은행은 잘못된 투자에 의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반면 상위권의 삼성과 전자랜드는 기본적으로 외국선수들을 잘 뽑았다. 그러나 김태술과 박찬희를 영입한 효과도 분명히 보고 있다. 외국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멤버 구성. 당장 외국선수 1명이 1~2경기 부진하거나 뛰지 못해도 크게 흔들릴 전력은 아니다. 외국선수 변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내선수 구성부터 좋아야 한다.
[위에서부터 다니엘스, 에밋, 불각.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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