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당신은 당신이 당신 자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증명을 했다고 해도 타인들이 믿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 자신이 아닌 취급을 받는다. 당신은 당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소되고, 필사적으로 변론을 해야하며, 노심초사하며 판결을 기다려야한다. 그렇다. 우리는 어느 순간 ‘카프카의 세계’로 들어선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타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판사 행세를 하고,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생활의 발견’을 했다고 우기는 한 남자가 뒤늦게 ‘그때는 틀렸다’고 고백하며 ‘지금은 맞다’고 깨닫는 이야기다.
기소
중행(김의성)은 영수(김주혁)를 찾아가 민정(이유영)이 어떤 남자와 술집에서 난리를 피웠다는 ‘소문’을 전해준다. 너만 모르고 있을 뿐, 동네 사람 모두가 안다고 강조한다. 검사(중행)는 소문이라는 이름으로 민정을 기소한다. 졸지에 피고인이 된 민정은 판사(김주혁) 앞에서 변론을 해야하는 입장에 처한다. 그는 제대로 된 변론을 위해 잠시 이별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
변론
민정은 ‘거짓말의 마법’으로 변론에 나선다. 남자1(권해효)이 다가올 때, 민정이 카페에서 읽는 책은 카프카의 <변신>이다. <변신>은 하루 아침에 해충으로 변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외판원 그레고리 잠자는 성실하게 일했지만, 해충으로 변한 이후에 가족의 외면을 받는다. 급기야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심판>의 요제프K의 삶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아무런 잘못 없이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 최선의 변론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소되는 순간 이길 수 없는 재판에 넘겨진다.
민정이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 이유는 카프카의 인물들처럼 유죄를 선고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나를 아무리 ‘변신’ 시키더라도, 나는 당신들의 ‘심판’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민정은 남자1에게 자신은 민정과 닮은 쌍둥이라고 말한다(홍상수 세계에서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남자1은 혼란에 빠진다. 남자2(유준상) 역시 쌍둥이 덫에 걸려든다. 안 마시기로 약속했던 술을 먹고 남자와 난리를 피웠다는 ‘혐의’로 민정을 몰아세우던 영수도 당혹감에 빠진다.
판결
민정은 쌍둥이 마법을 내세워 ‘피고석’에서 내려온다. 배심원들은 피고가 사라진 법정에서 우왕좌왕한다. 유죄를 선고할 피고가 없어졌으니 자신들이 할 일도 없다. 판사봉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법정의 문은 닫힌다.
판사를 자임하던 영수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법정의 문을 열까, 아니면 ‘혐의없음’으로 기각할까.
우리는 삶의 법정에서 판사복을 벗어야한다. 타인에게 씌웠던 근거 없는 혐의도 함께 벗겨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당신이 피고석에 앉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 = 전원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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