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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그래서 전 이런 생각도 했어요. 차라리 지금 이 현실이 게임 속이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럼 열심히 한 만큼 레벨도 쌓이고 능력치도 오르고 할 테니까요."
배우 진세연은 도무지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여자였다. 평생을 사랑 받고 살아온 사람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밝음'. 미움을 받아 본 적 없어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서투른 사람.
때문에 진세연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하나였다. MBC 드라마 '옥중화'를 하는 6개월간 숱한 비판에 직면했던 그녀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을까.
라운드 인터뷰였다. 서울 이태원의 한 구석진 프랑스식 카페에서 만난 진세연은 그날 날씨보다 더 환한 하늘색 니트에 검정색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댓글 중에 어떤 분이 '옥중화'에선 옥녀가 비선실세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란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
"처음에는 저도 기뻤어요." 진세연이 연기한 옥녀는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초반에는 '무난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옥녀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위기와 극복'의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자 이야기는 늘어졌고, 극본과 연출, 연기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높아졌다. '사극 거장' 이병훈 PD에게 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질타는 주연 진세연도 함께 감당해야만 했다.
"속상하기도 하고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물론 저희 드라마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한 마음도 컸지만,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어요. 뭔가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특히 '대사 중 숨소리가 가득 섞여 듣기 불편하다'는 냉정한 평가가 후반부 진세연의 발목을 잡았다. 비판이 이어진 탓에 이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시청자들까지 덩달아 온통 진세연의 숨소리에 집중하고 말았다.
"감독님은 제 그런 목소리를 좋아하셨어요. 근데 지적이 많이 나오면서 감독님도 '난 세연이의 호흡 섞인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청자 분들 중에는 답답하거나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이제는 좀 줄여보자' 얘기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호흡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대로 의식을 하고 연기에 변화를 주었지만, 격한 감정신이라도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얼마나 노력을 했든 잘하기만 하면 되는 건데, 잘하지 못했으니 그게 다 제가 부족하다는 거겠죠."
쌀쌀한 가을 오전이었다. 레스토랑을 겸한 카페는 점심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고, 오전의 이태원 거리는 한산했다. 카페 실내는 어두웠으나, 창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진세연의 얼굴만 비추는 듯했다. "남자친구는 있나요?" 묻자 진세연이 금세 웃어버렸기 때문이다.
"있을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제가 집순이라는 거예요. 주변에서 '제발 집 밖에 좀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인연이 닿지를 않겠니' 하시는데, 한창 일할 때는 너무 바쁘니까 쉬고 싶고요. 혼자 있으면 소설 책도 보고 영화도 봐요. 아, 얼마 전에는 인터넷에 '연애하면 안 좋은 점'도 검색해봤어요."
정말이냐고 묻자 진세연이 웃었다. "네, 진짜로요."
(인터뷰②로 계속됩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김종학프로덕션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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