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김소현이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 크리스틴 다에 역에 오디션을 통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데뷔한 그는 당시 신인으로는 파격적으로 주인공으로 뮤지컬계에 입성했다.
이후 15년, 김소현은 쉬지 않고 달려 왔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리스’, ‘대장금’ ‘지킬 앤 하이드’,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명성황후’, ‘모차르트!’ 등 대형 규모의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15년간 1년 365일 중 평균 100일 이상을 한결같이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그 결과, 최근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사랑 받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또 데뷔 15주년 기념 공연‘Think of me’로 팬들을 만나고 에세이 ‘Think of me’를 출판하며 그간의 15년을 돌아봤다.
김소현은 “데뷔 15주년이 됐는데 정말 많은 일들이 생겼다”며 “내게는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다 보니 10년이 되고 15년이 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최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상상도 못했다. 부담도 너무 컸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며 “사실 많은 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셔서 내가 ‘명성황후’ 대표로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대한 감사를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명성황후’를 처음 맡겨 주셨을 때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었어요. 그래도 용기를 주셔서 도전하게 됐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죠. 물론 황후, 왕비 캐릭터를 많이 해보긴 했지만 명성황후는 많이 부담되더라고요. 제가 보여주는 노선이 너무 낯설 것 같았어요. 시작하기 전부터 고민이 많았죠. 진짜 인간, 여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고 어떤 기분이었을지 그 내면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상도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해요.”
2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힘도 느꼈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로 하다 보니 창작 뮤지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그에게 ‘명성황후’는 많은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 줬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의 힘이 참 좋았다”며 “내가 라이선스 뮤지컬을 많이 하다 보니 외국 드레스 입고 가발을 썼던 이미지가 너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게 없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그간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이야기를 했을 때 거부감이 있지 않을가 두려움이 있었어요. 근데 저만 이상하게 본거였더라고요. ‘잘 못하지 않을까?’라고 망설였던 거예요. 도전도 안 해보고 혼자 미리부터 걱정했던 거죠. 왜 그랬을까.. ‘명성황후’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명성황후’를 통해 연기 폭을 넓힌 그는 최근 에세이 ‘Think of me’를 출판하며 뮤지컬배우로 살아온 15년을 되짚었다. “데뷔 15주년인 현재 갑자기 많은 게 생겼다”고 밝힌 그는 “벌써 15년이 됐다니..”라며 15년 전을 떠올렸다.
“사실 15년 전 그때 모습이 더 마음에 들어요.(웃음) 너무 파릇파릇하고 통통 튀고 거침없는 모습이 있었죠. 그런 풋풋함이 평생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역할이든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책을 쓰면서 정말 15년을 돌아보게 됐어요. 또 하나의 작은 터닝포인트가 됐죠. 이렇게 살아 왔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나만의 결심도 생기고 책을 보신 분들이 도움이 됐다는 후기를 보내주시니 더 감사하고요.”
사실 김소현은 몇 년 전 책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무슨 책이요? 말도 안돼요”라며 이에 대해 생각도 안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또 제안을 받게 됐고, 자신의 책이라기보다 뮤지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뮤지컬 뒷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그냥 수다 떨 듯이 편하게 쓰고 싶었어요. 자료 같은걸 다 모아놓고 메모나 일지를 많이 쓰는 편이라 이런 것들을 담았어요. 15주년에 내야겠다고 생각한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 세상에 내놓게 됐네요. 이번에 준비를 하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했어요. 스스로 뭔가 한 번에 정리가 되면서 재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쓰면서 ‘이 때 정말 힘들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작품을 하면 정말 0에서부터 쌓게 되는데 끝이 없거든요. 100이라는 한계치가 없어서 매번 힘들고 그래서 다음 작품도 계속 할 수 있게 되죠. 쓰면서 느꼈는데 진짜 매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건 이래서 아쉽고 저건 저래서 아쉽고.. ‘이제는 좀 편해지겠지’ 하는데 매번 지금이 제일 힘들어요. 해가 갈수록 어렵고 두렵고 내 자신을 다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책을 쓰면서 배우로 살아온 자신과 주변에 대한 감사함도 느꼈다. ‘어떻게 이런 좋은 뮤지컬을 계속 했을까. 내가 정말 황금기를 누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이렇게 많은 작품이 올라와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많은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더 알차고 좋은 작품들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크죠. 제작사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슬프고요. 앞으로를 거창하게 계획한다기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뭔가 초단위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꼭 이걸 해야 되는데’ 이를 악물고 하다 보면 오히려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 하고 하루하루가 알차지면 그에 대한 15년의 보상이 더 커지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한편 김소현은 오는 26일부터 뮤지컬 ‘팬텀’에서 다시한번 크리스틴 다에 역으로 출연한다. 하지만 데뷔 당시 연기한 크리스틴과는 전혀 다르다.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의 크리스틴은 완전히 다르다”며 또 다른 도전에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내비쳤다.
“연습을 하면서도 순간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조심스럽고 진짜 어려워요. 약간의 노선 변경이 있을 정도로 느낌이 다르죠. ‘위키드’ 글린다 뺨치게 움직이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해요.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이 가련하고 여성스러웠다면 ‘팬텀’의 크리스틴은 되게 활달하고 생활력이 강해요. 다양하고 입체적이라고 할까요? 실제로는 ‘팬텀’의 크리스틴이 더 저에 가깝긴 한데 관객 분들이 제게 익숙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남은 연습 기간 동안 큰 숙제에요. 하지만 또 이 압박감을 뛰어 넘고 갇혀 있는 것을 깨면서 계속 도전해 나갈 생각이에요.”
한편 김소현이 출연하는 뮤지컬 ‘팬텀’은 오는 26일부터 2017년 2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될 예정이다.
[김소현. 사진 = EA&C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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