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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너무 많이 쏟아 부은 느낌이라, 다른 작품을 하고 나면 ‘시원섭섭하다’는 느낌이 많이 남는데 이번에는 ‘홀가분하다, 난 다 했다’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김하늘은 ‘공항가는 길’에 오롯이 자신을 내던졌다. 대본은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 아름다웠지만 그만큼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스케줄도 그가 했던 다른 드라마들보다 더욱 빠듯했다. 김하늘이 등장하는 분량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럼에도 즐겁고 보람된 시간들이었다.
“수아(김하늘)는 순수하고, 밝고, 에너지도 많고, 적극적이고 그런 부분들이 풍부해요. 누구와 있는지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친구에요. 그런데 대본을 읽을 때나, 제가 연기를 할 때나 자꾸 가라앉게 표현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 많이 어려웠어요. 감독님께서 ‘처지지 않게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하셨죠. 제 느낌과 감정이 다르게 나와 그 부분들이 어려웠어요. 2~3회차를 찍고 나니 수아가 입혀진달까요? 촬영이 끝나고 보니 감독님과 작가님이 원하는 연기를 한 것 같아요.”
김하늘은 ‘공항가는 길’의 이숙연 작가와 김철규PD의 한 마디가 최수아를 연기하는 데 힘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수아가 저 같다고 하셨어요. 제 성격과 비슷할 것 같다고, 그렇게만 하면 된다고 하셨죠. 사실 배우는 연기하는 게 쉽지 그게 더 어려워요. (웃음) 한편으로는 그 말이 힘이 됐고요. ‘수아와 잘 맞는 이미지구나’라고 생각돼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숙연 작가와 김철규PD가 믿었던 김하늘의 이미지는 ‘공항가는 길’ 속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의 끌림이 ‘불륜’이라기보다 ‘순수한 사랑’이라 여기게 해 준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김하늘은 불륜극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순수’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순수함의 감정들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계산되지 않은 느낌이요. 무언가를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으면,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잖아요.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도 똑같이 그렇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연기하려 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김하늘은 다시 한 번 독보적 멜로퀸의 자리, 믿고 보는 연기력을 확고히 했다. 데뷔 20주년인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있는 셈.
“데뷔 20주년인 것도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런 것보다 ‘제 필모그래피에 중요한 작품’이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멜로 연기를 꽤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필모를 보니 오히려 로맨틱한 연기를 더 많이 했더라고요. 또 그런 작품들이 훨씬 더 관객이나 시정차들께 더 인상을 많이 남겼고요. 로맨틱 코미디도 잘 어울리는 옷이지만 멜로의 김하늘도 칭찬을 많이 받아 좋았던 것 같아요.”
멜로 뿐 아니라 김하늘의 스타일링도 화제가 됐다. 그의 옷부터 액세서리까지, 최수아의 모든 것이 이목을 끌었다. 덕분에 ‘완판녀’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제가 완판녀요? 그거 진짜 맞아요? (웃음) 만약 맞다면 평상시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전작인 ‘신사의 품격’이나 ‘온에어’ 등에서는 타이트한 옷이나 저도 입기 민망한 옷들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나 주부인 친구들이 탐을 내더라고요.”
아쉬운 건 시청률. ‘공항가는 길’은 9%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채 10%의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화제성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시청률이었다.
“오히려 초반에는 더 많은 시청률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작품을 하다 보니 아쉽지 않았어요. 시청률보다도, 저희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다시 보기로 하셨다고 해요. 시청률이 많은 드라마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반응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 극 중 최수아의 남편인 박진석(신성록)과 관련된 반응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공분을 일으켰는데, 이는 김하늘 주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박진석이 하는 말이 되게 현실적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시청자분들이 더 많이 반응해주시더라고요. 특히 ‘자네’ 같은 경우요. 아직은 제가 결혼에 빠지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쁜 말인가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굉장히 흥분하시더라고요. 어머니 뿐 아니라 친구들도 엄청 감정이입을 해서 그런 남편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하는 저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훨씬 흥분했어요. (웃음)”
그동안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마다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보여줬던, 특히 신인 배우들을 스타덤에 올려놨던 김하늘은 앞으로 선배 배우들과 연기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하늘은 그동안 신인 배우들을 띄워주지 않았냐는 너스레에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띄워줬다기 보다 저도 덕도 많을 봤어요. 그 분들의 에너지와 시너지로 작품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다들 열심히 하셨어요. 저와 같이 했던 배우들을 보면, 그 때의 신인 남자 배우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셔서 저도 자극이 됐어요. 좋은 결과가 있을 때마다 고마웠고요. 저도 선배님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이제는 좀 더 배우고 의지하고 싶어요. 장동건 선배님과 했을 때도 좋았어요. 제가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 중 그래도 가장 선배님이셨어요. 정우성 선배님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웃음).”
[배우 김하늘.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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