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은 또 다시 변화했다. 진화를 의미한다.
KBL, WKBL은 외국선수 위주로 돌아간다. 매 시즌 외국선수들이 바뀌는 것에 따라 팀들의 세부적인 컬러도 조금씩 바뀐다. 패턴과 역할분담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 부분에 대한 적응력이 아주 뛰어나다. 위성우 감독의 대처능력과 용병술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장신 외국선수 존쿠엘 존스를 뽑았다. 드래프트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박이다. 위성우 감독은 "수비와 리바운드 정도만 생각했다. 득점도 잘해줄 것인지는 몰랐다"라고 했다.
존스는 WNBA에선 주로 외곽에서 플레이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에선 5번을 맡았다. 위 감독은 "치고 들어와서 바로 3점슛을 던지면 집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존스는 간혹 성급한 슛 셀렉션으로 무리한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최근 눈에 띄게 골밑에서 안정적으로 공격을 펼친다. 위협적인 포스트업 능력을 갖췄다. 블록슛 능력도 돋보인다.
우리은행은 객관적 전력이 약해졌다. 양지희가 허리, 무릎에 부상했다. 이승아는 임의탈퇴했다. 주전 2명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존스가 절묘하게 양지희 공백을 메워냈다. 양지희도 16일 KB와의 2라운드 첫 경기서 돌아왔다. 위 감독은 "당분간 10~20분 정도 뛰게 하면서 게임체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양지희와 존스의 트윈타워 위력이 발휘되고, 모니크 커리가 짧아진 출전시간에 완벽히 적응하면 우리은행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위 감독은 "커리가 가끔 쌩쇼를 한다. 본인이 적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감정 컨트롤이 여전히 아쉽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이미 6연승을 거뒀다. 그들이 실제로 왜 강해졌는지 확실하게 드러난다. 결국 존스보다는 국내선수들의 역량과 조직력이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일단 박혜진을 보자. 지난 시즌 공격본능을 많이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졌다. 공격과 어시스트 분담에 치중하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다시 예전의 치고 받는 농구를 회복했다. 본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실제 박혜진이 팀 공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승부처서 커리 대신 임영희와 함께 팀 공격을 실질적으로 이끈다. 본래 슛 거리가 길고 승부처에서 위축되지 않는다.
이승아가 퇴단하면서 박혜진이 홀로 경기운영과 해결사를 도맡는다. 그러나 공격본능을 회복하면서 이승아의 공백은 크지 않다. 박혜진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은혜 언니가 많이 도와준다"라고 했다. 신장은 작지만, 이은혜의 수비력과 공격 기여도는 높다. 이 대목에서 이승아 공백과 커리의 부족한 적응력에 대한 약점이 많이 희석된다.
결정적으로 존스를 활용한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이 좋다. 위 감독은 "존스가 30점을 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존스에 의한 득점이 많이 나오는 게 좋다"라고 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존스가 빼주는 패스를 효율적인 패스게임으로 연결, 많은 외곽득점을 만들어낸다. KB전서도 4쿼터 초반 존스에 의해 박혜진과 임영희가 잇따라 3점포를 꽂아 승부를 갈랐다. 노련한 임영희가 존스와 펼치는 2대2도 또 다른 무기다. 주전들이 팀 중심을 잡으면서 경험이 많지 않은 최은실과 김단비도 실전을 통해 점점 성장한다. 수비와 외곽슛에서 부담 없이 장점을 발휘한다.
이밖에 우리은행의 필살기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된 1-2-2, 2-1-2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는 맨투맨 프레스와 혼용, 여전한 위력을 발휘한다. 트랩을 들어가는 지점과 존에서 맨투맨으로 전환하는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 다른 팀들이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존스의 맹활약이 분명 우리은행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국내선수들이 새 외국선수의 위력을 극대화하고, 보이지 않는 약점을 메워내는 부분이 더욱 돋보인다. 위성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모든 선수가 통합 4연패를 경험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한 덕분이다. 양지희의 게임체력이 올라오고 커리가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면, 우리은행은 더 무서워진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