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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한국에서 ‘톨레랑스(용인)’는 1995년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퍼졌다.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했던 그는 1980년대 파리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프랑스의 톨레랑스를 온 몸으로 익혔다. 종교와 사상, 이념 등이 달라도 있는 그대로 ‘용인’하고 관용을 베푸는 톨레랑스의 정신은 프랑스를 지탱하는 힘이었고, 세계 시민이 받아들여야할 삶의 자세였다.
압축된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은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톨레랑스다. 차이와 다름의 존중을 설파하지 않고, 복종과 단합의 규율을 강요했다. 1995년이나 2016년이나 지배권력은 톨레랑스가 아니라 ‘앵톨레랑스(불용인)’로 군림했다. “너는 누구 편이냐?”고 윽박질렀고, 자신의 편이 아니면 가차없이 변방으로 밀어냈다. 여전히 앵톨레랑스의 유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신비한 동물사전’은 톨레랑스의 의미가 점점 엷어져가는 시대에 도착했다. 극중에서 1926년의 세계는 테러가 발흥하고, 어둠의 위험이 득세하던 시대로 묘사된다. 이는 2016년 현 시대와 고스란히 겹친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은 외국인혐오와 앵톨레랑스의 득세를 반영한다. ‘우리’와 다르면 ‘그들’을 배척하고, 추방한다.
조앤 K. 롤링은 뉴욕 프리미어 행사에서 ‘어둠의 힘(Dark Force)’이 증가하고 점차 디스토피아로 변하는 시대를 근심했다. 극중 퀴니 골드스틴 역을 맡은 앨리슨 수돌이 이 영화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녹아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위험군’으로 분류된 신비한 동물들을 보살핀다. 여기서 동물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외국인을 비롯해 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은유다. 미국 마법 의회와 인간들이 정확한 이해 없이 동물들을 무작정 위험군으로 간주하는 것은 작금의 외국인 노동자, 난민, 이주민을 배제와 추방의 리스트에 올려놓는 현실과 오버랩된다.
한국은 어떠한가. 외국인혐오범죄가 갈수록 늘어날 뿐만 아니라 여성혐오도 위험수위에 달했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며 찍어내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일어난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 옳다(과연 그런가?)라는 ‘불통’이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들고 있다.
전 세계가 앵톨레랑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신비한 동물사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차이를 인정하며 나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공존하라는 것, 불통의 벽을 무너뜨리고, 소통의 물길을 내라는 것.
다시, 톨레랑스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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