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아직 미생이니까요."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대행은 '미생'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실제 하나은행 선수구성을 보면 그렇다. 6개 구단 평균 최저연령이다. 간판스타 김정은이 재활 중인 상황서 실제 경기에 나서는 주축들의 면면은 더더욱 젊다. 미생이 많다.
첼시 리 사태를 떠나서, 객관적인 멤버 구성 자체가 약하다. 김정은, 김이슬, 신지현이 빠지면서 전 포지션에서 2~3년 이상 꾸준히 주전으로 뛴 선수가 없다. 예를 들어 염윤아는 올 시즌 주전으로 뛰는 고참급이지만 꾸준히 백업, 수비 전문요원으로 뛰었다. 가드진은 염윤아, 서수빈, 김지영, 포워드 강이슬, 박언주, 카일라 쏜튼, 빅맨 나탈리 어천와가 주축이다. 쏜튼과 어천와는 나쁘지 않지만, 상대 외국선수들을 확실히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1라운드서 전패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 공수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확실한 옵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다. 대등한 경기 흐름서 2점을 또박또박 만들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늘 경기 막판 승부처서 힘겨웠다. 그러다 결정적인 실책과 공격실패, 수비 미스가 나오면서 무너졌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5연패했다.
하지만, 1라운드를 돌아보면 거의 매 경기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환우 감독대행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만 정확하게 하자고 주문한다"라고 했다. 이 감독대행은 지난 여름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부족한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공격력이 좋은 가드 김지영을 수비력이 좋은 염윤아와 함께 사용하는 것, 수비력이 약한 강이슬에게는 수비에 대한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공격옵션을 다양화하는 것에 주력했다. 투박하지만, 신장이 있는 어천와에겐 단순한 패턴을 부여,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출전시간이 많지 않은 쏜튼에게도 강이슬과 공존할 수 있게 동선을 조정했고 패턴을 부여했다.
때문에 하나은행은 계속 졌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선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했다. 때문에 객관적 전력상 이기기 힘든 우리은행을 상대로도 대등한 승부를 했다. 하나은행이 약하긴 하지만, 어차피 프로 6개구단의 전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결국 하나은행이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상대가 비교적 약한 신한은행이긴 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준비가 더욱 돋보였다. 쏜튼과 어천와는 자신들의 장점을 고스란히 발휘했다. 쏜튼은 내, 외곽에서 점수를 만드는 동시에 스틸과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어천와는 공격루트는 단순했다. 그러나 불각을 압도했다. 하나은행은 그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좋은 경기운영이었다.
김지영은 과감한 돌파로 점수를 만들었다. 강이슬은 3점포에 의존하는 공격루트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돌파에 의한 득점, 어천와와의 2대2가 돋보였다. 이수연도 정확한 슈팅능력을 뽐내며 신한은행의 허를 찔렀다.
지난 시즌 하나은행은 첼시 리에게 공을 넣어주고 나머지 국내선수들은 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 자체가 단조로웠다. 그러나 올 시즌 하나은행은 개개인의 역량이 부족해도 지난 시즌보다 훨씬 유기적이고 활기차다. 수비는 일반적인 맨투맨과 도움수비는 물론, 하프코트 프레스를 섞는다. 상대가 다소 약했지만, 느슨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미생들의 잠재력이 터졌다. 단 1경기다. 상대도 신한은행이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그 이상의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앞으로도 객관적인 전력상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은 틀림 없다. 개개인의 약점이 뚜렷하다. 그러나 시즌을 치러가면서 깨지고, 보완하면서 개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대로라면 하나은행도 성적을 떠나 밝은 미래를 다질 수 있다.
[하나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