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하나은행에도 새싹이 자란다.
종목을 불문하고, 좋은 전력을 갖고 있는 구단들이 저연차 유망주들도 잘 키운다. 이유가 있다. 기본적인 전력이 튼튼한 팀은 성적이 좋다. 경험이 부족하고 약점이 많은 유망주들을 충분히 준비시킬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리고 전력의 중심을 잡을 선수가 많다. 유망주들에게 많은 역할, 특히 중요한 롤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그들이 조금 부족해도 팀에 미치는 데미지가 덜하다. 깨지고 수정하면서 조금씩 경기력이 올라간다.
반면 선수층이 얇고 전력이 약한 팀은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준비가 덜 된 유망주들을 무리하게 기용할 수밖에 없다. 준비가 덜 된 유망주들이 막중한 역할까지 맡으면서 세부적인 1~2가지 롤도 마스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팀도, 개인도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시달린다.
KEB하나은행은 전력이 약하다. 국내선수들의 구성 자체가 그렇다. 심지어 간판스타 김정은과 신지현, 김이슬이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염윤아도 시즌 개막에 맞춰 겨우 복귀했다.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다. 기량이 완성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유망주가 많다.
1라운드에 전패했다. 2라운드서 첫 승했지만, 상대가 역시 전력이 약한 신한은행이었다. 개개인의 장점을 발휘했고, 철저한 준비 끝에 거둔 1승이었다. 하지만,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건 1승을 통해 팀과 개개인이 성장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저연차, 유망주들이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런데 하나은행에도 희망의 새싹이 자란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이환우 감독대행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농구를 한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려 팀 경기력을 극대화한다. 유망주들이 좌절을 딛고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또한, 하나은행은 부상자가 많다. 이환우 감독대행이 제로베이스에서 선수단을 재구축, 올 시즌 완전히 새출발했다. 그러면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발견, 나름대로 크고 작은 롤을 부여하며 성장을 독려한다.
가드 김지영이 대표적이다. 1998년생 프로 2년차 가드다. 그동안 김이슬, 신지현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인성여고 시절부터 공격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돌파할 때 스텝이 유연하고, 리드미컬하다. 불규칙적으로 놓는 축발에 수비수들이 많이 속는다. 결국 크지 않은 신장에도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인다.
14일 KDB생명전서 이경은을 앞에 두고 성공한 더블클러치는 화제가 됐다. 이경은을 상대로 스텝을 크게 밟고 뛰어올랐다. 외국선수가 도움수비를 들어오자 이중동작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림을 공략했다. 그 경기서 18점을 올렸다. 서수빈이 좋지 않자 조그마한 기회를 잘 살렸다. 하나은행으로선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본 경기였다.
김지영의 활약은 18일 신한은행전으로 이어졌다. 장신들이 블록을 시도하면 이중 모션으로 피하면서 끝까지 림을 겨냥했다. 블록을 당할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을 과감히 시도하는 과감성도 아무에게나 있는 건 아니다. 이환우 감독대행도 김지영의 그 장점을 살려준다. 염윤아, 서수빈과 함께 하나은행 가드진이 단단해졌다. 김지영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피나는 연습을 했다"라고 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수비력이 약하다. KDB생명전서도 이경은에게 18점을 내줬다. 공격에 필요한 스텝은 좋은데 수비에 필요한 사이드 스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지역방어를 공략하는 능력, 상대가 프레스를 할 때 대처하는 능력도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이미 한 차례 고비를 극복한 상태다. 이 감독대행은 "일본 전지훈련에선 일본 팀들의 타이트한 디펜스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 좋아졌다. 자꾸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전력이 좋지 않은 하나은행이 올 시즌 김지영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분명 쉽지는 않은 환경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변수가 많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도 수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프로 구단들은 같은 선수에게 두 차례 이상 당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김지영은 오히려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어버린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영웅은 난세에 탄생하는 법이다. 김지영의 성장은 하나은행의 올 시즌 중요한 목표이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김지영.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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