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세부사항 및 시기조율만 남았다.
프로농구가 숙소폐지 시대를 맞이한다. KBL은 숙소폐지와 관련,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KBL과 10개 구단은 큰 틀에선 합의했다. 공식적인 확정을 위한 세부적인 조율만 남겨뒀다. 이르면 올 시즌 직후부터 10개 구단 숙소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즉, 합숙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KBL 10개 구단은 1997년 출범 후 20년간 합숙을 고수했다.(외국선수들에겐 별도의 주거공간 제공)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시즌 중에는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비 시즌에도 금요일까지 합숙한 뒤 주말에만 집에 들어간다. 물론 시즌 중에도 경기일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외박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합숙이다. 결국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집에 들어가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가족과 1년 중 약 10~11개월간 생이별한다. 총각은 총각대로, 기혼자는 기혼자대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합숙을 해야 팀의 단합과 규율이 잡힌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은 말 그대로 프로다. 아마추어가 아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들도 경기, 훈련시간 외에 자유와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
이미 프로야구는 희망자에 한해, 혹은 저연차 위주로 숙소생활을 한다. 정말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이 아니라면, 그리고 원정경기를 앞둔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합숙을 하지 않는다. 홈경기가 있는 당일 경기장에 각자 출, 퇴근 하는 분위기가 잡힌지 오래다.
물론 프로농구도 수년 전부터 숙소 폐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다만, 공론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급물살을 탔다. 사무국장 회의, 단장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얘기가 오갔다. 한 구단 관계자는 "빠르면 올 시즌 직후부터 선수들의 숙소생활이 단계적으로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숙소가 폐지되면 홈 경기, 팀 훈련 때 자연스럽게 출, 퇴근 시스템이 정착된다. 합숙은 상황에 따라, 주로 원정 일정에만 진행한다.
오리온은 2013-2014시즌부터 기혼자에 한해 출, 퇴근 생활을 허락했다.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오리온은 지난 시즌 챔피언이었다. 유부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후문. 대부분 선수가 고양에 산다. 팀 훈련, 시즌 스케줄에 따라 경기장에 나오고, 원정 일정에만 합숙한다. (오리온은 팀 훈련을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코트에서 진행한다) 삼성 등 몇몇 구단들도 기혼자들에게 출, 퇴근을 허락한다.
구단들도 숙소 운영을 하지 않으면 좋다. 그만큼 구단 예산을 아낄 수 있다. 프로농구 구단들의 한 시즌 예산은 대체로 6~70억원 내외다. 이 관계자는 "숙소를 폐지하면 약 5~6억원을 아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라 프로답게 하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구단들 사이에선 숙소 폐지로 절약되는 예산을 유소년 농구발전 등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숙소폐지는 시간문제다. 다만, 폐지 시점 및 방식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의견, 일괄적으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선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들의 숙소 운영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것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물론 올 시즌 직후에는 숙소폐지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동부를 제외한 지방구단들의 경우 대부분 수도권에서 숙소생활을 한다. 모비스와 KCC가 용인, kt가 수원, LG가 이천에서 각 경기장을 오간다. 심지어 서울에 연고지를 둔 삼성과 SK도 용인에서 숙소생활을 한다. 숙소와 집이 먼 선수들에 한해 구단들이 일시적으로 주거지에 대한 지원금을 주자는 얘기, 선수가 숙소생활을 원할 경우 구단들이 해당 금액을 받고 허락하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수의 주거지 문제는 선수가 알아서 하는 게 진정한 프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아울러 구단들은 숙소 생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시즌 종료 다음날부터 60일을 비활동기간(단체훈련 금지)으로 설정, 원칙을 철저히 지키자고 합의했다. 이미 시즌 초 이사회에서 나온 얘기다. 그동안 숙소 생활이 이어지면서 60일 단체훈련 금지 조항은 유명무실했다. 프로야구도 12월과 1월은 단체훈련을 할 수 없다. 숙소가 폐지되면 60일 비활동기간 원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단, 시즌 직후에도 부상 선수에 한해 트레이너를 대동한 재활훈련은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단이 1년 내내 숙소생활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KBL 테스크포스팀과 구단들은 시즌 중 꾸준히 실무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농구가 20년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KBL 구성원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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