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모든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야구선수라면 '다른 선수들보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인 말이기도 하다.
'어떤 것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훈련을 해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룰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SK 가고시마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의 훈련 능률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구체적인 목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SK 가고시마 캠프 참가 선수들, 캠프에 앞서 자신의 장단점 분석
SK는 11월 4일부터 30일까지 27일간 일본 가고시마에서 유망주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캠프에는 선수 24명이 참가했다. '유망주 캠프'라는 말에서 보듯 참가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선수들이다. 또 붙박이 주전보다는 올해 1군에서 야구하는 재미를 어느 정도 느낀 선수들이 많다.
이번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가고시마로 향하기 전 펜을 집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와 함께 강점과 보완할 점을 적었다.
이에 대해 김성갑 수석코치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상의해서, 캠프에 앞서 캠프 참가 선수들의 목표와 강점, 보완점을 작성하도록 했다"며 "코치들 또한 팀 전체,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 어떤 것을 지도할 것인지 방침과 목표 등을 작성한 후 캠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내야수 최정민과 투수 문승원의 글 내용이다.
최정민
목표
(공격)먼저 타격 부분에서 올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삼진이 많았던 점입니다. 출루를 많이 해야하고 짧은 안타와 내야안타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유형의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큰 스윙과 볼에 배트가 반응했던 점이 문제가 됐던 것 같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스윙의 궤적과 정확도, 볼의 반응을 중점으로 보완을 할 것입니다.
(수비) 솔직히 수비 부분에서는 모든 부분이 조금씩 다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타구가 왔을 때 포구와 송구동작이 끊기지 않고 연결동작으로 매끄럽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게 훈련할 것입니다. 그리고 송구의 정확도를 높여 보다 안정적인 수비수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정확한 포구와 송구시 바른 회전을 가져가도록 연습할 것입니다.
문승원
개선해야 할 점
올해 선발 등판으로 12게임 4승 3패(중간 1패)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많은 경험을 쌓았고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방향을 설정했다. (중략)
결과나 내용이 좋았던 게임에서는 타자들의 헛스윙 빈도가 많거나 뒤로가는 파울이 많았다. 무브먼트가 좋았던 것, 그리고 2스트라이크 이후 변화구를 홈플레이트쪽에 잘 떨어뜨리니 스윙도 많았다. 좋은 경기에서 볼넷을 많이 주더라도 하위타선에게는 볼넷이 없었다. (하략)
이렇듯 선수들은 단순히 '잘했다, 못했다'가 아닌, 어떤 부분이 아쉬웠고 어떤 부분은 만족스러웠는지 글을 통해 상세히 돌아봤다. 덕분에 목표 역시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최정민은 "쓰다 보니까 내가 어떤 유형의 야구 선수이고, 어떤 타자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 캠프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인데, 중간 중간에 내가 썼던 목표들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는지 한번씩 점검하는 시간도 갖는다. 캠프가 끝나는 날 다시 한번 목표를 봤을 때, 내가 정한 최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게 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자신의 글을 프린트 해 온 문승원은 "시즌 중에 계속 생각해왔던 것들을 글로 적으며 다시 한 번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며 "작년에는 상무 전역 후 바로 캠프에 오게 돼서 정신이 없었다면, 올해는 내가 뭘 해야할지 목표를 갖고 왔기 때문에 그 부분만 집중해서 파고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다보니 부족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게 느껴지고 효율적이다. 최상덕, 제춘모 코치님께서도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계시니 그에 맞는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진기는 "'초반에는 이것과 이것을 해야지, 중반에는 이런 부분을 해야지'하고 내가 목표했던 것들을 점검해보고 그에 맞춰 움직이게 되니 확실히 계획적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만족도도 높다. 김성갑 수석코치는 "서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알고, 스스로도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 잘 알고 있으니 보다 효율적이고 수월하게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며 "또한, 이를 통해 선수들의 의견을 훈련 내용에 적극 반영 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캠프 훈련 첫 턴에는 팀 스케줄에 따라 전체가 같이 움직였지만, 두 번째 턴부터는 선수 본인이 보완을 원하는 부분의 비중을 높여서 훈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SK 최정민(첫 번째 사진), 최정민과 문승원이 목표와 장단점을 쓴 글(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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