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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랜차이즈 스타의 멋진 퇴장이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홍성흔이 18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22일 두산이 발표한 은퇴 보도자료에 직접 팬들에게 전하는 글을 첨부, 은퇴소감을 밝혔다. 시원섭섭하고, 감사하고, 죄송한 심경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두산과 홍성흔의 결별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일단 지난해 최악의 부진으로 올 시즌 입지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서 이를 악물고 시즌을 준비했다. "나 자신이 한심했다"라며 통렬하게 자기비판할 정도였다. 훈련량을 늘렸다. 스윙 매커니즘도 수정했다. 장타욕심을 버렸다. 스윙을 간결하게 다듬었다.
3월 13일 시범경기 창원 NC전이 불행의 서막이었다.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 전력질주하다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했다. 개막엔트리 제외. 자연스럽게 전력 외 선수가 됐다. 그 사이 김재환과 오재일의 잠재력이 터졌다.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마저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홍성흔이 도저히 1군에 낄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홍성흔은 멋졌다. 후반기부터 1군 등록 없이 선수단에 합류, 정신적 지주를 자처했다. 선수들은 솔선수범하는 맏형을 따랐다. 팀이 7~8월 주춤했을 때 홍성흔이 지친 후배들을 잘 다독였다. 수치에 드러나지 않은 전력 플러스. 이후 두산은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홍성흔도 두산과의 FA 계약이 종료됐다.
하지만, 웃을 수 없었다. 구단과 김태형 감독의 생각은 비슷했다. 더 이상 두산에 홍성흔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의 은퇴소감 전문을 보면 분명 현역 연장에 대한 욕심은 있었던 것 같다. 만약 그가 현역연장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면 두산은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 타 구단 이적의 길을 열어줬을 것이다. 2년 전 김동주에게도 그렇게 했다.
결국 홍성흔은 결단을 내렸다. 명예로운 은퇴를 택했다. 구단은 진심 어린 감사와 아낌 없는 격려를 보냈다. 과거 두산은 김동주, 안경현, 심정수, 이종욱, 손시헌 등과 썩 깔끔하게 결별하지 못했다. 그러나 홍성흔과는 깔끔하게 헤어졌다.
구단과 프랜차이즈 스타의 깔끔한 결별은 중요하다. 프로스포츠는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 서로 손해를 보면 좋을 게 없다. 좋은 이미지를 통해 구단은 선수생명과는 별개로 계속 성적과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선수는 은퇴 이후에도 해당 종목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구단은 나이가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안는 게 부담스럽다. 젊은 선수들을 최대한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미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 입장에선 은퇴가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선수시절 벌었던 많은 돈을 은퇴 후에는 쉽게 벌어들이기 힘들다는 현실론, 좀 더 노력하면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성적이 크게 좋지 않은 베테랑들은 어차피 구단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위성이 떨어진다. 구단들도 조용히 관계를 정리하면 그만이다. 반대로 프랜차이즈 스타일수록 구단과 충돌하기 쉽다. 성적이 좋고,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두산은 이미 올 시즌 중반부터 홍성흔을 전력에서 배제한 게 느껴졌다. 그러나 구단은 홍성흔에게 은퇴를 종용하지 않았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 홍성흔도 충분히 고민했다. 그리고 스스로 은퇴를 결심했다. 지난 2년간 성적이 떨어졌다. 팀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두산과 홍성흔의 결별은 프랜차이즈 스타 멋진 퇴장의 표본이다. 홍성흔의 은퇴가 국내 프로스포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은퇴 문화에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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