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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롱런 키워드는 수비다.
WKBL은 최근 수년간 뉴 페이스 부재에 시달렸다. 열악한 인프라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 점에서 인성여고 1년 선후배 김지영(KEB하나은행)과 이주연(삼성생명)의 등장은 정말 반갑다. 스타로 성장할 끼가 충만하다. 김지영은 지난 시즌 전체 9순위, 이주연은 올 시즌 전체 2순위 신인이다.
WKBL 신인은 대부분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입성한다. 저연차들이 입단 1~2년만에 두각을 드러내는 건 아주 어렵다. 기술과 전술을 떠나서 기존 선수들과의 운동능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WKBL 저연차들은 실전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실전서 자신의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찮다. 때문에 잠재력을 폭발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버텨내지 못하고 WKBL을 떠나는 유망주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김지영과 이주연은 인상적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 팀 경기력의 상승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타 구단 한 감독은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강심장을 갖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김지영은 14일 KDB생명전서 WKBL 최고가드 이경은을 유로스텝으로 가볍게 따돌린 뒤 상대 블록을 피해 더블클러치로 레이업을 성공했다. 이 장면 하나로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신장도 171cm로 WKBL 가드 치고 그렇게 작지는 않다. 뛰어난 순간 스피드와 날카로운 돌파는 김지영의 최대장점이다. 외곽슛도 보통 수준은 된다.
이주연은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대만과의 3-4위전서 31점을 퍼부으며 한국의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티켓 획득을 견인했다. 그리고 24일 하나은행과의 데뷔전서 단 18~19분간 10점 3스틸을 기록했다. 신인이 데뷔전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무려 9년만이었다. 이주연도 발이 빠르면서 돌파력과 슈팅력을 고루 갖춘 가드다. 슛, 패스, 돌파에 대한 선택이 빠르다.
두 사람의 프로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일단 남다른 끼와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1~2경기 반짝 잘하는 것보다 롱런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이제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점이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지영이 수비력이 나쁜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노력하면 수비력도 좋아진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 감독대행은 "위크사이드에 있을 때 공과 공격수를 모두 체크하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공이 없는 지역에 있다고 해서 공격수와 공의 흐름을 놓쳐선 안 된다는 뜻. 순간적으로 볼의 이동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이 맡은 공격수를 계속 방어해야 한다. 국내에선 이 과정에서 도움수비와 리커버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그 타이밍을 잘 잡아서 효과적으로 움직인다. 이 감독대행은 "노력하면 곁눈질만으로 공을 보고도 끝까지 따라갈 수 있다"라고 했다.
임근배 감독도 이주연의 수비력을 지적했다. 임 감독은 "발은 빠르지만, 수비에 필요한 스텝이 빠르지는 않다"라고 했다. 이어 "프로가 사용하는 수비조직력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결국 경험이 쌓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지영과 이주연은 과감한 공격력이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공격도 습관이 있다. 이 부분이 간파되면 장점마저 발휘하지 못할 때가 올 수 있다. 프로에서 사용하는 조직적인 지역방어와 강력한 프레스에 대한 어택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WKBL이 예전보다 수준이 떨어졌다고 해도 프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주전경쟁도 해야 한다.
이 감독대행은 "지영이가 공격에서 막힐 때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는 한 발 더 움직이면서 수비부터 풀어가면 된다.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임 감독도 "고비가 찾아와도 스스로 넘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공격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두 샛별의 롱런 키워드는 수비다.
[김지영(위), 이주연(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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