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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반올림2'에 김희철 오빠랑 사진부 선배로 나왔어요. 한 회에 한 신 정도 있었죠. 그런데도 연기 못한다고 많이 혼났어요."
임세미의 이름은 수풀 림(林)에 세상 세(世), 아름다울 미(美)였다. "무슨 뜻이죠?" 단풍색 머리의 임세미가 흐드러지게 웃는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나무가 되어라."
검정색 원피스에 은빛 하이힐을 신고 온 임세미는 TV에서 보던 것보다 눈매가 선명했다. 특유의 목소리가 왠지 수더분한 이미지라 여겨졌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웠다. MBC '쇼핑왕루이'에서 백마리 역을 겪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난 연기에 재능이 없구나'란 생각도 했어요."
중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돼 패션잡지 모델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다. 잡지 커버는 아니었고, 뷰티나 미용 섹션에 조그맣게 실리는 게 다였지만 나름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가 되어서 꾸준히 할 만했다. 그때 사진 찍는 재미를 느꼈고, 고3 시작할 무렵 '반올림2' 오디션을 보고 열여섯 시간 동안 이어진 최종 면접에서 합격해 배역을 따냈다. 역할 이름은 '반올림2'의 임세미 역이었다.
"다들 정확한 발음, 알아들을 수 있는 억양으로 연기하는데 전 마치 호흡을 뒤로 먹는 듯한 발성이었어요. 연기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발음도 짧았고. 그래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넌 연기가 안 된다'고요. 좌절했어요. '왜 나는 다 못하는 걸까.'"
임세미의 목소리는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느릿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건조하거나 가녀린 느낌. 어느 날 문득 인터뷰 녹음 파일을 뒤지다 무심코 틀었을 때 단번에 '아, 이건 임세미의 인터뷰다'고 알아챌 수 있는 목소리.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부터 MBC '투윅스', '제왕의 딸 수백향', '굿바이 미스터 블랙' 그리고 '쇼핑왕 루이'까지 하나뿐인 그 목소리.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제 말투를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내 목소리는 누군가 다 알아보지 않을까?' 하고요. '내 목소리가 개성이 되려면 내가 연기를 잘하면 되겠구나' 했고, '더 잘해야겠다.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아요. '반올림'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순간이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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