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누구나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인생 영화' 한 편쯤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거다. 명품 연기를 자랑하는 이병헌, 정우성, 이정재부터 손예진, 공효진, 하지원 등이 나의 인생작 속 주인공이기도 할 테고. 그렇다면 거꾸로 배우들은 어떤 영화를 감명 깊게 봤을까. 마이데일리 창간 12주년을 맞아 충무로 대표 연기파 스타 12인이 꼽은 인생 영화 12 편을 공개한다. 열 두명의 스타들이 직접 서면 인터뷰로 자신들의 취향을 저격당한 작품을 소개했다.
# 이병헌 say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드라마 장르를 좋아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보게 됐는데 극장을 나설 때쯤엔 주인공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이 영화는 한 배우의 인생 연기가 담긴 훌륭한 드라마입니다."
이병헌이 꼽은 인생 영화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지난 2014년 개봉 당시 세계적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가 HIV 바이러스 감염으로 30일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등돌린 세상에 맞서며 7년을 더 살았다는 기적 같은 실화를 다뤘다.
그가 자국에선 금지된 약물 치료제를 다른 나라에서 밀수, 이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회원제로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이 약물을 판매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특히나 "매튜 맥커너히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다"면서 그의 열연에 대해 극찬을 보냈다.
할리우드 배우 매튜 맥커너히는 병에 걸린 환자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 20kg가량을 감량하는 등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결국 그는 이 작품으로 제86회 아카데미, 제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불치병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친구 트랜스젠더 레이언 역의 자레드 레토와 인간미 넘치는 의사 이브 삭스 역의 제니퍼 가너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뭉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 정우성 say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꼽은 이유요? 아마 여러분들도 영화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잖아요."
정우성은 인생 영화를 꼽아달라는 거창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고민 끝에 밝힌 작품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이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로 손꼽히는 명작 아닌가. 이문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으며 지난 1992년 개봉된 영화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제왕적 권력 구조를 1950년대 말 작은 시골 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빗대 꼬집었다. 전학생 한병태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반장 엄석대라는 존재와 그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의 압력에 짓눌려 시련을 맞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렸다.
# 이정재 say '영혼의 집'
"제 인생 영화는 '영혼의 집'(The House Of The Spirits)입니다. 그 이유는 1970년대 칠레의 정치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가족애의 메시지를 전한 게 인상 깊었어요."
'영혼의 집'은 1970년대 역임했던 칠레 故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친조카 이사벨 아예덴의 동명 소설을 지난 1993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그녀가 4대에 걸쳐 겪은 집안의 흥망을 극 중 정치가 집안 딸로 태어난 클라라(메릴 스트립)의 삶을 통해 이야기했다.
# 조진웅 say '레옹'
"'레옹'은 제가 한 자리에서 8번을 내리 본 영화에요. 고등학생 때 등교하기 전 보다가 결국 넋을 놓고 8번이나 연속으로 감상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가 그냥 지나 가버렸더라고요. 덕분에 그날 학교를 빼먹은 건 비밀입니다. '레옹'은 그 정도로 제게 매력적이었고 흡입력 있는 작품이에요."
조진웅을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유혹한 '레옹'은 지난 1995년 개봉된 작품이다. 이후 1998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재개봉됐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당시 12세였던 소녀 나탈리 포트만과 킬러 역의 장 르노 케미가 환상적이다.
# 이제훈 say '소셜 네트워크'
"내 인생의 영화라고 하기에는 주제가 거창한 듯하여(너무나 많기 때문에) 12월에 어울리는 영화를 떠올려봤어요. 요즘 더욱 춥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여기에 매칭이 되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요. 더욱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성과 소통을 떠올려보며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지난 2010년 개봉된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는 실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창업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개봉 당시 전미 비평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최고영화로 선정되고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오리지널 스코어상까지 4관왕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오프닝 시퀸스 후에 나오는 사운드 트렉이 서늘하고 우울하지만 뜨거운 무언가가가 느껴지기도 하고, 이 영화의 정서와 핵심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엔딩 부분도 이렇게 귀결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고요. 또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내게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 김우빈 say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저를 처음으로 펑펑 울게 했던 작품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어요. 언젠가는 저도 이 작품처럼 가슴 따뜻한 영화를 꼭 해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제 감정들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우빈을 눈물 짓게 만들었던 '행복을 찾아서'는 지난 2007년 개봉작으로 벼랑 끝에서 행복을 건져 올린 기적 같은 감동 실화를 그렸다. 전 재산이 고작 21달러뿐인 노숙자였던 크리스 가드너가 역경을 이겨내고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성공하는 과정을 옮겼다. 윌 스미스가 실제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와 동반 출연해 가슴 뭉클한 부성애를 전했다.
# 손예진 say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20대에도 재미있게 봤지만 최근에 다시 보고 또 한번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영화에요. 특히 메릴스트립의 섬세한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죠. 누구나 꿈꾸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두사람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멜로적 판타지가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이라 생각해요."
지난 1995년 개봉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실화 서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찍는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들른 매디슨 카운티에서 우연히 가정이 있는 중년 여인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을 만나면서 겪은 단 4일간의 사랑을 그렸다.
# 공효진 say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를 처음 접했을 때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한한 감정이 터칭된 것 같았어요. 눈물이 흘렀는데 제가 어떤 감정 때문에 울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도 한참 동안 앉아서 울고 있었어요. 뭐가 슬픈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너무 슬펐어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인생을 바라보는데, 죽음과 삶을 생각하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인터스텔라'는 '인셉션', '다크 나이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다. 웜홀과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 다양한 과학적 이론들을 소재로 그린 영화다. 세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 쿠퍼(매튜 맥커너히), 브랜드(앤 해서웨이) 등이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 하지원 say '미드나잇 인 파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는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입니다. 이미 많이 봤지만 자주 다시 꺼내 보는 영화에요. 평소에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해요. 이중 특히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영화 속 장면, 장면이 너무 아름답고 근현대 문화가 찬란하게 발달했던 시대에 파리의 한 공간에 거장 예술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설정이 무척 설레고 낭만적이에요. 저도 꼭 가보고 싶은 시대에요. 영화처럼 비 내리는 파리를 걸어보고 싶네요. 또한 당시 분위기에 맞는 미장센이나 음악까지 너무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2011년 개봉작 '미드나잇 인 파리'는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인 우디 앨런의 41번째 영화다. 1920년대 파리의 예술적 흥취에 매료된 시나리오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면서 겪게 되는 정신적 방황과 고민들을 환상적인 요소들을 배합하여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길(오웬 윌슨)이 매일 밤 12시가 되면 1920년대로 떠나 평소에 동경하던 예술가들과 친구가 돼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에게 빠져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 한효주 say '언터처블: 1%의 우정'
"저는 '언터처블: 1%의 우정' 이 영화를 보고 온 날, 수첩에 '좋은 영화는 인생의 교과서가 된다'라고 메모했어요. 인생 영화로 하나를 고르기엔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누군가에게 추천을 한다면 그 사람이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영화를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2012년 개봉작 '언터처블: 1%의 우정'은 필립의 드라마틱한 실화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2003년에 방영된 프랑스 최상위 귀족이자 최고의 샴페인을 만드는 회사의 경영자인 필립의 이야기를 담은 TV 다큐멘터리였다.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던 그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고 투병 중이던 아내가 3년 만에 죽으면서 암흑 같은 인생을 살게 됐다. 두 번의 비극 뒤에 빈민촌 출신의 백수 애브델과 만나 아름답고 특별한 우정을 쌓은 일 일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 한예리 say '색,계'
"인생 영화를 꼽기가 힘든데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얘기하자면 '색, 계'에요. 얼마 전 9년 만에 재개봉되기도 했었죠. 이안 감독의 2007년작인 이 영화는 색(色)과 계(戒)의 아슬아슬한 경계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죠. 이 영화는 전쟁의 비참함과 사랑에 관한 영화이기도 했는데 왕치아즈(탕웨이)가 이 선생(양조위)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던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슬프지만 아름다워요. 지금의 탕웨이를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한데요. '색,계'는 정말 극장에서 다시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랍니다."
'색, 계'는 19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스파이가 되어야만 했던 여인 왕치아즈와 그녀의 표적이 된 남자 미스터 이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라이프 오브 파이', '브로크백 마운틴', '와호장룡' 등의 작품을 연출한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대표작이다.
# 천우희 say '다우트'
"'다우트'(Doubt)는 인간의 본성을 담은, 그야말로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메릴 스트립뿐만 아니라 다른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등 출연진의 명연기의 향연이 이어져 눈을 뗄 수가 없어요."
2009년 개봉작 '다우트'는 1964년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가 교회를 와해시키고 학교를 곤란에 빠트릴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플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신부와 은밀한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유와 변화의 바람을 도입하려는 플린 신부, 원칙과 전통을 중시하는 수녀 엘로이셔스의 팽팽한 신구의 대립구도를 그린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각 영화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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