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버논 맥클린은 정말 트레이드가 될까.
프로농구 트레이드 마감일은 매 시즌 4라운드 마지막 날이다. 올 시즌은 1월 20일이다. 아직 2주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 트레이드를 원하는 팀들은 지금부터 카드를 맞춰봐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요즘 맥클린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돈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오리온은 올 시즌 리빌딩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성적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지난 시즌 직후 이승현과 장재석을 동시에 군입대 시킬 때부터 두 시즌 뒤를 내다봤다.
이런 상황서 2라운드서 뽑은 장신 외국선수 맥클린의 기량이 눈에 띈다. 추일승 감독 특유의 외국선수선발 안목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디온테 버튼(DB)이 기대된 우량주라면, 맥클린은 숨은 진주다.
2m3cm의 맥클린은 건실하다. 보통 외국선수들은 수비나 궂은 일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맥클린은 팀 퍼스트 마인드가 있다. 긴 팔과 다리로 좋은 세로수비를 보여준다. 신장에 비해 순발력도 좋다. 리바운드와 박스아웃에 대한 참여도가 대단하다.
시즌 전에는 공격력이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 그렇지도 않다. 31경기서 평균 34분28초간 24.0점 9.7리바운드 3.8어시스트다. 리그 득점 1위다. 안드레 에밋(KCC), 애런 헤인즈(SK)보다 더 많은 점수를 뽑아낸다.
포스트업과 풋워크 능력이 좋고, 훅슛 능력을 갖췄다. 심지어 어시스트 능력까지 갖췄다. 한 농구관계자는 "발을 잘 빼는 편이다. 볼 컨트롤 능력이 있으니 어시스트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LG 현주엽 감독은 "슛 외에는 다 잘한다. 굳이 슛이 좋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극찬했다.
오리온의 환경은 좋지 않다. 국내선수층이 얇고, 가드진이 약하다. 상대 팀은 외곽 공격수 1명을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맥클린을 더블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맥클린은 무리하지 않고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를 택한다. 그러면서 득점이 필요할 때는 한다. 좌중간, 우중간에서 던지는 뱅크슛 적중률도 나쁘지 않다. 물론 오리온 전력상 맥클린의 공격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집중견제를 뚫고 매 경기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서 맥클린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자연스럽다. 문제는 오리온과 트레이드를 원하는 구단의 스탠스다. 일단 오리온은 조심스럽다. 추일승 감독은 "선수들 사기 문제도 있다. 맥클린을 보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면 성적이 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오리온으로선 타 구단의 제안이 구체적으로 들어오면 논의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현재 중, 상위권 순위다툼은 매우 혼란스럽다. 정규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바라보는 팀들은 물론, 당장 6강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팀도 맥클린 영입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대부분 팀이 맥클린을 데려갈 수 있다. 맥클린은 2라운드 외국선수다. 대체선수 저스틴 에드워즈 역시 2라운드 외국선수로 분류된다. 때문에 오리온은 맥클린을 1라운드 장신 외국선수와도 맞바꿀 수 있다.
일단 애런 헤인즈, 데이비드 사이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보유한 SK, KGC, 삼성이 맥클린을 데려갈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KCC, DB, 현대모비스, 전자랜드, LG는 오리온과 카드만 맞으면 언제든지 트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타 구단들도 신중한 분위기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일전에 "오리온은 주전급 선수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카드가 없다. 백업들 중에선 오리온이 원하는 선수가 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최근 레이션 테리가 상승세를 이끈다. 다만, 맥클린을 데려가면 이종현과 함지훈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장점은 생긴다.
DB 이상범 감독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이후 두경민이 군 입대하면 국내선수층이 더욱 얇아진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리빌딩이 필요한 특성상 오리온에 좋은 국내선수를 내주긴 어렵다는 의미다.
KCC 추승균 감독도 일전에 "로드가 잘 하고 있다. 맥클린이 오면 오히려 골밑이 뻑뻑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LG 현주엽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트레이드는 본래 은밀하게 진행된다.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우승 혹은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맥클린 트레이드 가능성이 100% 사라졌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리빌딩이 필요한 오리온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카드도 변수다. 감독들의 말대로 끝내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맥클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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