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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의 나침반] '첫 콘서트' 여자친구, 울지마 괜찮아 잘했어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많은 분들이 절 사랑해주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께 정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거든요. 못하는 게 없고 싶었어요. 다 잘하고 싶었는데…."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예린이 울었다. 데뷔 3년 만에 연 첫 콘서트 앙코르 무대 때였다. 데뷔 초 한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았을 당시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 거였다. 몇 년 동안 말 못하고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였다.
"처음 MC를 맡았을 때 너무 무섭고 떨렸어요. 사람들 앞에서 아직도 말하는 걸 무서워하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집중이 되면 말을 잘 못했어요. MC를 하는 몇 개월 동안 제가 봐도 너무 못해서 저도 못 봤어요. 안 틀리려고 밤마다 연습을 해도 현장에서 틀리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웠어요. 제가 이렇게 못하는 모습을 '버디' 분들이 보면 '날 싫어하겠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늘 카메라 앞에서 방긋 웃던 멤버였다. 밝은 얼굴 뒤 속마음은 앓고 있었구나 싶었다. 이제라도 털어놔서 다행이었다. 팬들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외쳐줘서 또 다행이었다.
여자친구의 콘서트는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등 '학교 3부작'을 위시해 3시간 넘게 펼쳐졌다. 처음이라 서툰 순간도 있었다. 처음인 만큼 팬덤 '버디'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내겠단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올림픽홀은 이틀간 6천석이 매진됐다. 데뷔 당시 '여자친구'란 그룹명만 회자되며 큰 기대 주지 않았던 이들이다. 어느새 큰 공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무한한 경쟁 속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치열한 사회다. "잘해라"는 말보다 "못해도 괜찮아"란 말이 필요한 요즘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포기해도 돼"라고 어른들은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유한한 삶, 드넓은 세상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데뷔 당시 여자친구와의 첫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나타나 "여자친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당시 예린은 '어떤 여자친구가 되고 싶으냐?' 묻자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요!" 첫 콘서트에서 팬들은 3시간 내내 목청 터져라 힘차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런 팬들이 있으니, 지금까지도 충분히 좋은 여자친구가 되어준 셈이다.
[사진 = 쏘스뮤직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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