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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부러 괜찮다고 소리친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예전보다 파괴력이 떨어진다. 존쿠엘 존스의 퇴단, 양지희의 은퇴로 4~5번 라인이 약화됐다. 스몰볼과 빠른 트랜지션, 외곽포에 의존한다. 정통농구를 했던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의 안정감이 떨어진다.
개개인을 봐도 불안요소가 많다. 김정은의 응집력, 체력, 우리은행 수비시스템에 대한 디테일한 적응력은 여전히 2% 부족한 측면이 있다. 최은실, 홍보람, 이은혜 등 롤 플레이어들의 몸 상태도 완전하지 않다. 조직력의 불완전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들.
그동안 외부 상황도 썩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를 앞세운 KB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4라운드까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렇게 우리은행 대세론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4~5라운드를 기점으로 다시 치고 올라온다. 물론 최근 KB가 단타스와 강아정의 부상, 더블포스트에 대한 부족한 디테일 등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나머지 구단들의 경기력도 답보 상태다. 우리은행은 또 다시 저력을 발휘, KB에 2경기 앞선 단독선두다.
5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할 때 실질적 리더는 베테랑 임영희였다. 임영희는 내, 외부적으로 흐름이 좋지 않을 때 팀의 중심을 잡아왔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기복이 심하다. 한국나이로 39세다. 경기장악력이 떨어졌다.
이 역할을 올 시즌에는 박혜진이 이어받았다. 올 시즌 우리은행이 승부처서 고비를 넘을 때 중심에는 항상 박혜진이 있다. 경기 내용을 보면 그렇다. KB를 제치고 단독선두 체제를 갖춘 결정적 원동력이다. 위 감독도 박혜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기술적 완성도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슛, 패스, 드라이브 인, 드리블 능력 모두 능숙히 갖춘,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스크린만 받으면 2대2를 이끌거나 미스매치 공격을 유도하거나 직접 처리한다. 특히 승부처서 훨씬 더 강인한 게 최대 장점이다.
수비력도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스크린을 빠져 나오는 능력도 좋다. WKBL 최고 슈터 강이슬이 우리은행만 만나면 득점력이 뚝 떨어지는 이유가 있다. 박혜진은 강이슬의 동선을 읽고 꽁꽁 묶는다. 공격에서도 팀 중심이지만, 수비 역시 에이스들만 잡는다. 엄청난 체력소모에도 경기력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팀 오펜스 스타일은 센터의 포스트업 공격이 줄어든 걸 제외하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박혜진, 임영희와 나탈리 어천와를 활용하는 2대2, 박혜진, 임영희와 김정은을 활용한 부분 전술을 적극 활용한다.
여기서 박혜진이 올 시즌 실질적 리더로 거듭난 증거가 보인다. 일단 김정은과 임영희의 움직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 한다. 박혜진은 "영희 언니는 정말 힘들어서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정은 언니는 힘들 때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경기 도중이라도 찾아가서 좀 더 힘내자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코트에서 동료와 가장 토킹을 많이 하고 다독이며, 케미스트리를 끌어올린다. 물론 여전히 임영희도 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박혜진의 영향력이 더 높다. 그는 "언니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는데 잘 받아준다"라고 털어놨다.
15일 KEB하나은행전 전반전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전체적인 슛 사이클이 최저점이었다. 박혜진은 "일부러 모든 선수에게 괜찮다고 외쳤다. 3점슛 몇 방으로 추격하는 것보다 수비, 리바운드, 궂은 일부터 해야 한다. 우리팀 모든 선수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혜진이 솔선수범했고, 직접 터프샷을 몇 차례 터트리면서 흐름을 뒤바꿨다.
박혜진도 체력적으로 힘들다. KB와 격차가 크지 않다. 위 감독은 그를 풀타임 가깝게 출전시킨다. 백업 홍보람의 몸 상태도 정상적이지 않다. 위 감독도 "혜진이에게 더 의지하는 건 사실이다.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요령도 있다. 박혜진은 "볼 데드 때 쉬고, 에이스가 공격 의사가 떨어질 때 조금 쉰다. 물론 동료들도 많이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마인드가 바람직하다. 박혜진은 "리바운드와 수비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다음에는 득점이다. 어시스트 개수를 목표로 잡으면 의식하기 때문에 득점을 등한시하게 된다. 어시스트를 생각하지 않고 영희 언니, 정은 언니의 공격을 우선적으로 본 뒤 득점을 챙긴다"라고 말했다.
박혜진이 또 한 단계 진화했다.기량이야 이미 WKBL 1인자였다. 올 시즌에는 코트 리더로서의 태도와 마인드까지 돋보인다. 요즘 농구관계자들은 박혜진에게 "못하는 건 덩크슛 뿐"이라고 말한다.
[박혜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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