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리포트: 해결사 전쟁, 핑크 버튼의 판정승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결국 버튼과 DB가 웃었다.

DB 디온테 버튼과 SK 애런 헤인즈는 KBL에서 가장 강력한 클러치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 해결사다. 동료의 득점을 돕는 능력이 탁월한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파고 들면 스타일이 약간 다르다.

버튼은 볼 소유욕이 있다. 팀 오펜스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강력하고 화려한 마무리 능력으로 만회한다. 팀 오펜스를 무너뜨리는 느낌이 드는 순간 어김없이 국내 롤 플레이어들의 득점을 돕는다.

헤인즈는 버튼에 비하면 좀 더 정교하다. 오리온을 거치면서 팀 농구에 완전히 눈을 떴다는 평가다. 어지간해선 무리하지 않는다. 버튼보다 화려함은 덜해도, 실속은 버튼 못지 않다. 이런 헤인즈의 특성이 SK 특유의 풍부한 선수층과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킨다.

26일 5라운드 맞대결. 전반전 막판 DB가 조금씩 앞서갔다. 자신의 공격수를 버리고 최준용의 공격을 블록으로 막은 윤호영, 정확한 뱅크슛을 선보인 로드 벤슨이 돋보였다. 롤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인 주장 김태홍과 서민수가 일찌감치 3파울에 걸렸으나 전체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조기 투입된 윤호영의 화이트 수비 응집력이 돋보였다. 김현호, 박병우도 팀 오펜스에 힘을 보탰다.

SK는 헤인즈를 중심으로 정교한 팀 오펜스를 선보였다. 최부경과 김민수가 수비 범위가 좁은 벤슨의 약점을 의도적으로 건드렸다. 이들은 정확한 중거리포로 벤슨을 공략했다. 헤인즈도 정확한 중, 장거리포로 대처했다.

2쿼터 중반 이후 DB의 리바운드 응집력이 돋보였다. SK는 순간적으로 주춤했고, 3쿼터 초반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버튼은 속공 레이업과 자유투에 이어 4분9초전 기 막힌 원핸드 덩크슛을 꽂았다. 또 DB의 스위치디펜스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SK는 헤인즈에게 의존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사이 DB는 벤슨의 골밑 득점과 윤호영의 3점포, 52.3초전 버튼의 속공 덩크슛으로 달아났다.

14점 뒤진 SK가 4쿼터 종료 7분55초를 남기고 헤인즈를 넣었다. 6분48초전 정재홍이 5반칙 퇴장하면서 가드 자원이 없어졌다. 최준용과 헤인즈가 실질적으로 팀 오펜스를 이끌었다. DB도 정재홍 퇴장과 동시에 버튼을 넣었다.

DB의 11점 리드.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었다. 버튼이 6분10초전 최부경을 앞에 두고 중거리포를 꽂았다. 그리고 다음 수비에서 엔드라인 부근에 갖힌 SK 최부경의 시야를 가려 실질적으로 턴오버를 유도했다. 헤인즈가 안영준의 득점을 돕자 버튼은 안영준을 앞에 두고 정확한 중거리포를 가동했다. 4분24초전에도 얼리오펜스 과정에서 우중간 중거리포를 꽂았다. 16점차로 벌어진 순간. 승부가 갈렸다.

DB는 특유의 스타일로 SK를 눌렀다. SK는 DB 특유의 업템포, 외곽 농구를 의식, 특유의 변칙 지역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헤인즈를 중심으로 정교한 팀 오펜스를 선보였으나 DB 특유의 업 템포 농구를 막지 못했다. 버튼의 외곽슛 감각은 24일 kt전에 이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몇 발짝 안으로 들어가서 중거리포로 해결하는 기민함을 선보였다. 35점 8리바운드. 헤인즈는 31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결국 선두 DB의 108-89 완승. 10연승 행진.

이날 버튼은 생일을 맞았다. 버튼은 그동안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사랑을 핑크 양말로 표현해왔고, DB 선수들도 동참했다. 핑크 버튼이 헤인즈와의 해결사 전쟁서 판정승을 거뒀다. KBL 최고 해결사답다.

[DB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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