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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1973년, 석유 사업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J.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손자(찰리 플러머)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괴범이 요구한 몸값은 1,700만 달러(약 186억원). 전 세계가 게티 3세의 역대급 몸값 협상에 주목하는 가운데 J. 폴 게티는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선언한다. 어머니 게일(미셸 윌리엄스)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전직 CIA 요원 플레처(마크 월버그)와 함께 협상에 나선다.
‘올더머니’는 냉혹한 돈의 제국에 맞서 싸우는 절박한 어머니의 실화를 통해 탐욕스러운 세계의 민낯을 긴장감 있는 스릴러로 그려낸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블랙 호크 다운’ ‘아메리칸 갱스터’ 등에서 알 수 있듯, 실화를 스크린에 옮기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암흑가의 보스 루카스(덴젤 워싱턴)와 형사 로버츠(러셀 크로우)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대비시켰던 그는 ‘올더머니’에서도 폴 게티와 게일의 서로 다른 성격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서로 대척점에 있는 두 인물이 평행선을 달리다 종국에 이르러 어느 한 쪽이 쓰러지는 플롯은 그 자체로 팽팽한 긴장을 유발한다.
그는 납치 실화극의 자극적 소재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돈의 가치가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묻는다. 카메라 워킹의 현란함이 없고, 속도감에 대한 강박이 없는 이 영화는 탐욕에 물든 인간을 응시하는 기품을 갖췄다.
케빈 스페이시가 성추행 파문으로 하차 한 뒤, 단 9일만에 재촬영을 마친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연기는 실로 압권이다. 손자의 몸값은 단 한푼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수백만 달러의 미술품을 광적으로 수집하는 모습을 통해 돈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비난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그의 결연한 표정 속에 ‘올더머니’의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미셸 윌리엄스는 벼랑 끝에 몰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들을 구해내려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을 뛰어나게 연기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연기가 빛날 수 있었던 이유다.
리들리 스콧(81)과 크리스토퍼 플러머(89)는 모두 80세가 넘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두 노장은 눈 앞의 욕망에 눈이 멀어 도리를 저버리는 인간군상을 매섭게 꾸짖는다.
폴 게티는 ‘돈의 제국’을 세운 것이 아니라 ‘돈의 노예’로 살았다.
두 거장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사진 제공 = 판씨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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