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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역방어를 깨려고 하면 안 된다."
KBL, WKBL에선 지역방어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농구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개인기량이 탁월한 선수가 많지 않다. 공격력이 좋아 주전으로 뛰어도 대인마크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역방어를 깨기 위한 전략, 전술도 많다. 일반적으로 하이포스트에 볼을 투입한 뒤 적절한 패스게임을 통해 중앙이나 45도, 코너에서 외곽슛 찬스를 만들거나, 공이 없는 공격수가 수비수 뒷공간(지역방어는 림을 등지고 수비한다)을 파고 들어 커트 인 득점을 노린다.
KBL, WKBL의 경우 존 어택 패턴을 갖고 있는 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우리는 지역방어를 깨는 패턴이 없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역방어를 깨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유 감독은 KBL, WKBL 지역방어가 전통적인 지역방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에선 앞선에서 위로 바짝 밀고 올라와 가드진을 압박하면서 지역방어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맨투맨 같다. 상대가 턴오버를 하면 속공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 감독은 "요즘 지역방어가 거의 그렇다. 포스트에 자리를 잡고 공을 넣은 다음 패스를 돌리고, 공을 주고 자르고 돌아서고, 커트 인하고, 이런 건 다 잘못됐다. 그렇게 하면 공격시간만 길어지고 공격횟수가 줄어든다"라고 지적했다.
유 감독의 존 어택 해법은 단순하다. 그는 "패스를 빙빙 돌릴 필요가 없다. 얼리오펜스를 하면 된다. 치고 들어간 뒤 곧바로 스크린을 해서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생기면 위치에 관계없이 슛을 던지면 된다. 그게 되지 않더라도 스크린을 하면 5대4게임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대가 스크린에 대처하기 위해 스위치를 하든 스크린을 뚫고 끝까지 따라오든 그 과정에서 빈 공간이 발생하는 걸 재빨리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 감독은 상대의 지역방어에 스크린을 활용해 곧바로 슛을 던지면 시간도 아끼고 공격횟수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지역방어에 패턴을 한다며 패스를 돌리면 시간만 흐른다. 24초에 걸리기 전에 급하게 슛을 던지면 확률이 떨어진다. 그러면 수비 입장에선 골을 먹어도 상대 공격 횟수를 줄이니까 결과적으로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함지훈도 "감독님이 상대가 지역방어를 하면 맨투맨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스크린을 해서 어디에서든 슛을 던지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28일 LG의 지역방어를 손쉽게 깼다. 유 감독도 "다른 건 몰라도 지역방어는 우리가 제일 잘 깬다"라고 평가했다.
지역방어 어택에 가장 좋은 방법은 속공이다. 상대가 지역방어 진영을 갖추기 전에 속공으로 대처하는 건 확률상 이득이다. 설령 속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스크린을 통해 얼리오펜스를 하는 게 최상이라는 만수의 결론까지. 단순하지만 묵직한 결론이다.
KBL, WKBL 다른 지도자들도 유 감독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방어 어택에 최적화된 선수구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지역방어를 매 경기 볼 수 있는 시대. 유 감독 코멘트에 묵직한 의미가 있다.
[유재학 감독(위), 현대모비스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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