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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영생을 살게 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먼저 떠나보낸다. 여자가 환생을 하게 될지, 환생을 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묵묵히 기다린다. 어느 '도깨비'가 아닌 '흑기사'의 결말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극본 김인영 연출 한상우)가 8일 밤 방송된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는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 문수호(김래원)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샤론(서지혜)에 의해 쓰러진 베키(장미희)는 문수호와 정해라(신세경)에게 "모든 게 다 끝났다. 수호,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유언을 남겼다. 백발노파가 된 샤론은 자신이 만든 마지막 옷을 정해라에게 선물했지만, 문수호는 옷을 태워버렸고 옷과 함께 샤론도 재가 되어 소멸했다.
모든 위협이 끝나고 안정을 찾은 문수호와 정해라. 두 사람은 "결혼 50주년에 슬로베니아 고성에 다시 가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정해라와 달리, 문수호에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수호가 정말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 것이었다.
고민하던 정해라는 베키가 남긴 글에서 해답을 찾았다. 두 사람이 헤어져야만 문수호가 불로불사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문수호는 정해라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약속처럼 50년 뒤 슬로베니아 고성에서 정해라는 문수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작품은 "해라야, 기억해줘.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만나건 다시 볼 수 없다고 해도 널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흑기사가 있었다는 걸"이란 문수호의 독백으로 마무리됐다.
'흑기사'는 20회에 걸쳐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에 맞서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그려왔다. 저주를 받고 영생을 살아가는 존재,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지는 사랑 등의 소재를 다루기에 첫 방송 전 자연스럽게 제기된 것은 비슷한 소재를 담은 tvN 드라마 '도깨비'와의 비교였다.
그러나 신선한 전개가 펼쳐진 초중반부는 그런 우려를 싹 걷어냈다. 김래원은 탁월한 연기내공으로 다른 드라마 속 남주와는 또 다른 모습의 '흑기사'를 구현해냈고, 신세경의 통통 튀는 연기는 정해라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작품 속 정해라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가 아닌 사랑하는 왕자를 지켜내는 또 한 명의 '흑기사'로 활약했다.
여기에 서지혜가 연기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악녀 캐릭터 샤론이 더 해지면서 '색다르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 완성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힘은 후반부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들어 샤론은 주인공 커플을 지겹게 방해만 하는 평범한 악녀로 전락했고, 샤론 위주의 전개 속에 핵심이 되어야 할 문수호와 정해라의 이야기는 탄력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어떻게 생각해도 '도깨비'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흑기사'의 엔딩은 결국 작품을 첫 방송 전의 의구심 단계로 되돌려 놓고 말았다. 시작이 너무나 좋았기에, 더욱 아쉬운 결말이었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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