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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마블이 또 하나의 영토를 확장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우주, ‘닥터 스트레인지’의 초자연적 세계를 거쳐 ‘블랙팬서’로 아프리카까지 영역을 넓혔다. 가상의 아프리카 와칸다 왕국의 왕위 계승 스토리 속에 복수와 자비를 녹여낸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 장르 특유의 활력과 함께 역사적 성찰까지 담아냈다. 10주년을 맞이한 마블은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한층 더 성숙해졌다.
‘시빌워’ 이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는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노리는 숙적들의 위협에 노출된다. 비브라늄을 이용하려는 숙적들의 음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블랙팬서는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나선다.
‘블랙팬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변형한 서사 구조에 제임스 본드를 떠올리게 하는 첩보물의 스릴을 결합시켰다. 티찰라는 아버지와 숙부의 과거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로 고뇌에 빠지고 갈등에 휘말린다. 이러한 고전적 서사는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응집시키며 빌런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와의 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변주한다. 이들은 마틴 루터 킹과 말콤X를 연상시키는 온건파와 급진파를 대변하며 흑인의 굴곡진 역사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상반된 입장으로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 영화가 흑인폭동이 일어났던 1992년에 시작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갈등의 씨앗이 어디서부터 연유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인종간 대립을 넘어 세계평화를 위해 인류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스케일과 스펙터클에만 집중하는 일부 슈퍼히어로무비와는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다.
블랙팬서가 ‘마블의 제임스 본드’라는 설정도 흥미를 유발한다. 각종 최첨단무기로 적과 맞서는 제임스 본드처럼, 티찰라 역시 비브라늄과 와칸타의 수준높은 기술력이 결합된 무기로 적진에 뛰어든다. ‘캡틴 아메리카:시빌워’ 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슈트의 기능부터 원격 조종으로 움직이는 차와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혁신의 볼거리가 빼곡하게 펼쳐진다. 기대를 모았던 부산 액션신 역시 기대를 충족시킨다. 자갈치 시장, 광안대교, 해운대로 이어지는 카 체이스 시퀀스는 영화에서 가장 긴박감 넘치는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우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채드윅 보스만,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마이클 B. 조던을 비롯해 여성 호위대 ‘도라 밀라제’ 나키아 역의 루피타 뇽, 호위전사 오코에 역의 다나이 구리라, CIA 부국장 에버렛 로스 역의 마틴 프리먼, 약탈자 율리시스 클로 역의 앤디 서키스 등 조연들의 연기도 몰입력을 높인다. 특히 마이클 B. 조던의 빌런 연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두 개의 쿠키영상 중 하나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등장은 ‘태풍의 눈’을 떠오르게 할만큼 평화롭다. 다가오는 최강의 빌런 ‘타노스’와의 전쟁에서 블랙팬서와 그가 중요할 임무를 맡을 것을 암시한다.
이제 블랙팬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사진 제공 = 마블]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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