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아산 우리은행 포워드 김정은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다. 4개월의 대장정 끝에 차지한 영광이지만, 만족하기엔 이르다. 진정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이제 막 첫 단추를 채웠을 뿐이다.
우리은행은 4일 아산이순신빙상장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서 승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을 시작으로 6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오랫동안 정상을 지킨 만큼, 우리은행 선수들은 대부분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해봤다. 신인과 외국선수들을 제외하면, 김정은과 박태은 등 이적생 2명은 프로 데뷔 이후 13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이 가운데 김정은은 감회가 남다를 터. 200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에 지명된 김정은은 간판이 KEB하나은행으로 바뀐 후에도 줄곧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해왔다.
김정은은 팀 전력이 중위권이든, 하위권이든 변함없는 공격력을 뽐내 WKBL에서 손꼽히는 득점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소녀가장’은 김정은이 어떤 상황에서 KEB하나은행을 이끌어왔는지 알 수 있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뛰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늘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KEB하나은행이 김계령과 강지숙을 영입하는 등 모처럼 의욕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2010-2011시즌(당시 신세계) 역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했을 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강 플레이오프를 마쳤다.
김정은은 2015-2016시즌에 마침내 챔프전 무대를 밟았지만, 첼시 리의 사기행각 탓에 KEB하나은행과 관련된 2015-2016시즌 정규리그 및 플레이오프의 모든 기록은 공식적으로 삭제 처리됐다.
그렇게 ‘무관’에 머무는 듯했던 김정은은 2016-2017시즌 종료 후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됐다. FA 자격을 취득, 우리은행과 3년 계약을 체결한 것. 우리은행은 2016-2017시즌에 통합 5연패를 달성한 WKBL 최강팀이었다. 고향(온양)에서 인접한 아산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뛰는 한편, 염원인 우승까지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적이었다.
개성 강한 김정은과 조직력을 추구하는 우리은행의 만남에 물음표를 제기한 시각도 있었지만, 적어도 정규리그만 놓고 보면 이들의 만남은 해피엔딩이었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KB와의 경기 전까지 31경기서 평균 33분 51초 동안 12.9득점 4.5리바운드 2.9어시스트로 제몫을 했다. 박혜진과 임영희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지원군 역할을 했고, 상황에 따라선 팀 공격을 이끄는 주득점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시즌 중반 어깨부상으로 약 한 달 동안 공백기를 가졌지만, 복귀 후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후 기록은 12.8득점 4.8리바운드 2.9어시스트. 시즌 기록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였다. 부상도 우승을 향한 김정은의 열정을 꺾진 못한 셈이었다.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챔프전 출전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는 김정은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을까. 우리은행도 궁극적 목표인 ‘타이틀 방어’를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우리은행과 김정은의 만남은 챔프전에서도 유쾌한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정은.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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