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 LG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첫 번째 포인트는 역시 타격일 것이다. 지난 해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고도 포스트시즌을 밟지 못한 사례로 남은 LG는 팀 타율 .281로 7위, 팀 홈런 110개로 최하위에 머무르며 '한방의 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LG 타자들을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좌완 공포증'이다. 실제로 LG는 지난 해 우투수를 상대로 3089타석을 소화했는데 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였다. 리그 평균은 3358타석.
오히려 좌투수를 상대로는 두 번째 많은 타석을 소화해야 했다. 좌투수 상대 1749타석을 소화한 LG 타자들은 삼성(1904타석) 다음으로 많이 좌투수를 상대한 팀으로 당연히 리그 평균인 1587타석보다도 많았다.
그만큼 상대 팀들도 LG를 상대로는 좌투수를 내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수치 상으로는 큰 차이는 없다. LG는 우투수 상대 타율 .289, 출루율 .355, 장타율 .407을 기록했고 좌투수 상대 역시 타율 .284, 출루율 .350, 장타율 .407로 비슷했다.
그럼에도 LG가 '좌완 공포증'이란 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LG 킬러'로 활약한 좌투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고비마다 LG를 괴롭힌 주인공은 바로 SK에서 뛰었던 스캇 다이아몬드로 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00으로 LG만 만나면 에이스로 변신했다. 라이언 피어밴드(kt)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있어 LG가 많은 도움을 줬다. LG전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08로 특급 피칭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LG 킬러'인 양현종(KIA)은 지난 해 LG전에만 나오면 승리를 챙겼다. 3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79. 넥센에서 오래 뛰면서 'LG 킬러'로 불렸던 앤디 밴헤켄도 지난 해 LG를 만나 1승 1패 평균자책점 1.29로 맹활약했다.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한 브룩스 레일리(롯데)도 LG를 기다리는 투수 중 하나.
하물며 롯데에서 뛰다 시즌 초반에 퇴출된 닉 애디튼 조차 LG에게 데뷔 첫 승을 신고하는 등 1승 1패 평균자책점 3.38로 잘 던졌으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이들 외에도 장원준(두산)은 LG전에서 1승 2패로 승패 마진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상대 평균자책점은 2.52로 강했으며 구원투수 중에는 정우람(한화)이 1승 6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이 0.00으로 LG에게 따뜻한 눈빛 한번 주지 않은 철벽남이었다.
리그에 강력한 좌투수는 희소성이 있는데 LG전에 강한 좌투수는 즐비하니 LG의 '좌완 공포증'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LG가 좌투수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상대 팀이 좌투수를 선발로 기용해 LG를 표적으로 삼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해 6월 30일~7월 2일에 열린 LG와 KIA의 3연전. KIA는 정용운-임기준-양현종 좌투수 3명을 연달아 선발로 내보냈다. LG는 헨리 소사-데이비드 허프-임찬규를 내놓고도 스윕패했다. 당시 LG가 5할 승률이 무너지고 6위로 추락하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이후 LG는 후반기에서 반등의 조짐을 찾다가도 중요한 길목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좌투수를 만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패배를 반복한 LG는 끝내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잡지 못했다. LG는 좌완 선발투수를 상대한 58경기에서 27승 30패 1무로 승패 마진 -3을 기록했는데 공교롭게도 시즌 전적 역시 69승 72패 3무로 -3을 기록했으니 속이 쓰릴 만도 하다.
이제 지난 해의 아픔은 잊어야 하는 시기다. 더구나 올해는 다이아몬드와 밴헤켄은 KBO 리그를 떠난 상태.
하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LG 킬러'의 대명사인 김광현(SK)이 복귀한다. 김광현의 LG전 통산 성적은 17승 10패 평균자책점 3.09. 복귀 직전 시즌은 2016년에도 2승 1패 평균자책점 1.23으로 특급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벌써 시범경기에서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한층 성숙해진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LG가 시범경기에서 만나 고전한 펠릭스 듀브론트(롯데)와 구창모(NC)도 경계해야 하는 좌투수들.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듀브론트는 13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LG를 만나 4이닝 동안 안타 1개도 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해 LG를 상대로 2승 2패 6.14를 기록했던 구창모는 16일 LG와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물론 기대 요소도 있다. 새 외국인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상대 타율 .300 9홈런 30타점을 기록했던 선수다. 우완 상대 타율 .256보다 훨씬 높았다. 올해부터 새롭게 합류한 김현수 역시 KBO 리그 통산 좌투수 상대 타율은 .296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이었던 2015시즌에도 좌투수 상대 타율은 .329로 높았다.
LG 타선은 언더핸드 투수 역시 공략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지만 그보다 더 만날 확률이 높은 '좌완 공포증'부터 부수는 것이 반등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좌완 공포증을 떨쳐내는 실마리는 찾지 못한 듯한 모습. 정규시즌이란 뚜껑이 열렸을 때는 달라질 수 있을까. 올해 LG를 유심히 볼 포인트 중 하나다.
[김현수(첫 번째 사진)와 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