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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래퍼 슬리피의 '아이덴티티(IDENTITY)'는 그의 '정체성'이다.
슬리피의 첫 번째 미니앨범 '아이덴티티'는 그가 데뷔 11년차 래퍼로서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솔직한 앨범이다.
수록곡 중 '엠 아이 포 리얼(Am I For Real)'에선 이같은 슬리피의 고뇌가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됐다. '카메라가 꺼진 카니발 속에 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 담배를 물고 INSTAGRAM속엔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행복한 성원이'란 가사가 바로 그의 현 심정을 대변한다.
'룩 어라운드(Look Around)'에선 스스로를 돌아본다. '연예인'이란 타이틀의 인기 래퍼가 된 지금의 모습과 자신을 변했다고 바라보는 시선, 반대로 어릴 적과 달라진 주변의 모습 등에 대한 속내를 쏟아낸다. 결론적으로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에게 '미안한 내 마음'이라는 '진심'을 거칠게 내뱉는 목소리는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예능인 슬리피'가 아닌 '래퍼 슬리피'로의 본격적인 날갯짓 선언이라는 게 이번 앨범의 핵심이다. '난 날아 오를 준비가 됐어', '웅크려 있던 시간들을 절대로 후회하진 않는 걸'이라는 인트로곡 '버터플라이(Butterfly)'의 외침처럼 슬리피는 이번 앨범 '아이덴티티'를 통해 고민을 끝내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여성의 인스타그램 ID가 알고 싶어 헤매는 내용의 부드러운 타이틀곡 '아이디(iD)'보다 미국 힙합을 무차별적으로 따라 하는 현 한국 힙합신의 유행을 강하게 비판하는 여섯 번째 트랙 '기믹'이 더 슬리피다운 노래로 들리는 이유다.
[사진 = TS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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