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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과 박해영 작가가 거친 여자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에서 길 위에 홀로 서 있는 거친 여자 이지안(이지은)에게는 시선을 끄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때문에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다.
추운 겨울, 발목을 다 드러내는 낡은 스니커즈를 신고 빛바랜 코트 하나를 겨우 걸친 지안은 회사에서 훔친 믹스커피와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몰래 싸온 음식으로 끼니를 연명한다. 버는 족족 갚아야하는 사채 빚과 거동은커녕 말도 할 수 없는 할머니 봉애(손숙)를 책임져야 하는 삶이 그녀를 곤궁하게 하기 때문일 터.
여기까지만 보면 여타 드라마에 종종 등장했던 생활력 강한 여자 주인공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지만, '나의 아저씨'는 지안에게 특이점을 그려 넣으며 2018년의 新여자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비루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도, 막막함에 눈물 흘리지도 않는 지안은 메마른 얼굴로 생존을 위해 온몸을 부딪치기 때문이다.
밀린 요양원의 입원비를 갚을 수 없는 지안은 병원 침대 채로 봉애를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고, 사채를 갚기 위해 늦은 밤 회사에 몰래 들어와 동훈(이선균)의 서랍에서 오천만 원어치 상품권 뇌물을 훔쳐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도준영(김영민) 대표의 주머니 속 비밀 2G 휴대폰을 슬쩍 빼내어 그를 위기에서 구해내면서 동시에 빌미를 잡고, 먼저 "한 명당 천만 원"이라는 간 큰 제안을 건넸다. 환한 얼굴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여타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반짝거리는 것이 아닌 힘겨운 삶을 독하게 살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단 2회의 방송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이를 악문 지안의 독한 생존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자 주인공의 발자취를 정신없이 따라가게 한다. 박해영 작가의 섬세한 대본과 김원석 감독의 감각적 연출이 탄생시킨, 춥고 메마른 도시를 달리는 이지안은 앞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접근한 아저씨를 만나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사진 = 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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