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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호평 받았을 때 '이번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주가 두려웠습니다."
MBC '무한도전'에 쉼표를 찍는 연출자 김태호 PD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털어놨다.
2006년 5월 6일 시작한 '무한도전'은 31일 종영한다. 김태호 PD는 당분간 휴식 후 가을께 복귀 예상되고 있는데, '무한도전'이 새 시즌으로 돌아올지,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에 대해선 김 PD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돌아올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면 좋겠지만…"이라며 김 PD는 "아직 머릿속에 어떤 구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새 시즌으로 돌아와서 하겠다고 말씀 드리면 그것도 숙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중적일지 모르나, 색깔이 분명한 것들로 다시 꼭 인사 드리고 싶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멤버 한명 한명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꺼냈다.
'리더' 개그맨 유재석에 대해선 "유재석이 없었다면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특집에 고민이 있을 때에도 유재석이 자신있게 "해보자. 안되면 말고"라고 격려했다는 김 PD다. 그러면서 '무한도전' 종영으로 "유재석이 다음주부터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맏형' 개그맨 박명수에 대해선 "끝까지 올 거라 예상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줬다. 김 PD는 끝까지 함께해 준 박명수에 고마워하며 "기복이 심한데, 그걸 잘 활용 못해 죄송하다"고도 고백했다.
정준하에 대해선 "마음이 섬세하다. 가끔씩 작은 것에도 슬퍼하고 눈물도 많은 캐릭터"라면서 "매주 신경 쓸 게 많아서 묻어두고 갔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가수 하하에 대해선 "보이지 않는 역할이자, 미드필더의 역할"이라며 "항상 노력과 공에 비해 과가 적었다. 제작진으로서는 고맙고 아쉬움 마음"이라고 했다.
개그맨 양세형은 "마음 아픈 멤버 중 한 명"이라며 "처음부터 너무 잘하고, 우리가 필요해서 초대했던 인물인데, 드러내 놓고 '우리 멤버입니다' 말 못한 상황들이 미안했다"고 했다.
전 멤버로 종방연에 참석하기도 한 개그맨 정형돈에 대해서도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 조금 더 일찍 챙길 것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건강문제로 하차하게 된 것에 미안해했다.
개그맨 노홍철의 경우 "'무한도전'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며 지난해 복귀를 추진했던 적 있다고 했다. 다만 복귀는 "서로가 힘들 것을 확인했다"며 "그 이후 바로 조세호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개그맨 조세호는 약 6개월 정도 활약하다 '무한도전'을 떠나게 된 것인데 "본인은 칭창만 받다가 멈추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고마워했다.
지난 13년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특집들도 언급했다. 실패했던 대표적 특집인 '좀비 특집'은 종방연 때도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제작진이 디테일하게 설명해주면 어땠을까 싶더라"며 "박명수도 그건 제작진 잘못이라고 하더라"고 너스레 떨었다.
논란 끝에 중단되고 사과까지 했던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은 김 PD도 "(비판)의견을 수렴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희가 원했던 구성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실제 방송과는 달리 당초에는 "블라인드 미팅이었다"며 "기획의도도 잘못 표현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무한도전'에 쉼표를 찍는 건 보완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큰 특집을 하고 나면 제작진이 소진된다. 그 다음 특집 준비하기 너무 힘들었다"는 김 PD다. "프로레슬링 때에도 이렇게 '무한도전'이 끝났으면 좋겠다 싶었다"는 김 PD는 향후 당분간 재충전과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할 뜻이다.
"13년 동안 저녁에 가족과 밥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는 김 PD는 "집에서 저녁 먹으며 아들 한글 공부도 시킬 생각이다"며 "촬영 쉬는 시간이나 이동 중에 하는 게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찍어놓은 게 있는데, 그런 곳에 가보고 하면서 이야기를 채울 것"이라고 했다.
김 PD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이 시간이 멤버들과 저에게도 보람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자신뿐 아니라 멤버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무한도전'이었다는 김 PD다.
"'무한도전'은 저한테 버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다시 만나는 것도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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