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은퇴하면 버튼이 팀을 잘 이끌면 좋겠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DB 로드 벤슨. LG, 모비스 등을 거친 KBL 베테랑 외국선수다. 과거에는 개성이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악동 이미지도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DB에서 '모범생'으로 탈바꿈했다. 철저히 에이스 디온테 버튼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이상범 감독을 만나고 완전히 바뀌었다. 버튼에게 메인 외국선수 자리를 내줬지만, 철저히 팀에 헌신한다. 공격기술이 다양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수준급 골밑 공격력을 갖췄다. 리바운드 장악과 세로 수비력 역시 괜찮다.
버튼이 두경민과 1번 역할을 병행하는 것도 골밑의 모범생 벤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프로에 발을 내디딘 버튼의 적응을 도운 것도 벤슨이다. 이 감독이 정규시즌 내내 벤슨을 선발 출전시킨 것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버튼이 보고 배우라는 의미"가 있었다.
벤슨은 모범생 이미지에 대해 "내가 과거에 잘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모비스에서 나온 뒤 심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만약 모비스에 가지 않았다면 그런 이미지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4강 플레이오프다. 빅맨의 건실한 골밑 활약의 가치가 높아지는 무대. KGC는 오세근이 부상으로 제외됐다. KBL 외국인 빅맨 중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유한 데이비드 사이먼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2차전서 사이먼은 골밑에서 압도적이지 않았다. 특유의 부드러운 슛터치를 내세워 외곽공격을 했다. 하지만, DB는 큰 부담이 없었다.
결국 벤슨이 사이먼을 철저히 막으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을 줬고, 제공권을 장악한 게 DB의 2연승 밑거름이었다. 벤슨은 사이먼보다 기술은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장은 더 크다. 끝까지 팔을 뻗고 몸싸움을 하면서 골밑 공격에 부담을 줬다. 사이먼이 벤슨을 부담스러워하면서 KGC 공격 시스템이 균열됐다.
코트 안팎에서 동료 버튼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도 벤슨이다. 정규시즌 내내 그랬고, 4강 플레이오프서도 버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이다. 이 감독은 "벤슨이 체력적인 면에서 사이먼보다 낫다. 벤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니,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벤슨은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사이먼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 슛을 어렵게 던지도록 했고, 체력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외곽슛이 계속 들어갔는데, 체력이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농구는 한 사람이 모든 걸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버튼의 조력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벤슨은 "버튼은 처음으로 프로를 경험하는 신인이다. 대학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프로 적응에 대해 조언했고, 한국 선수들의 성향에 대해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버튼이 잘 따라온다. 내가 은퇴하면 팀을 잘 이끄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DB는 기본적으로 화려한 버튼의 쇼타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멤버구성상 상대팀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DB 전력을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속에 건실한 모범생 벤슨도 있다. 은퇴를 눈 앞에 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벤슨은 "은퇴가 3주 정도 남았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다"라고 말했다.
[벤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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