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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13년 동안 토요일은 "MBC '무한도전' 하는 날"이었다. 그 13년에 '쉼표'가 찍혔다.
'무한도전'은 한국의 역사였다.
10년 넘은 장수 예능인 까닭만은 아니다. 지금의 10대부터 30, 40대까지 '무한도전'을 보고 자란 세대였다. '무한도전'은 이 세대를 주도하며 예능 이상의 '문화'로 확장됐다. 덕분에 그들의 삶 깊숙이 뿌리내린 '무한도전'이 전한 작은 메시지가 때로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이 됐다.
'선택2014' 특집이 대표적이었다. 45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단지 예능의 '리더'를 뽑기 위해 TV 앞을 떠나 투표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혁신이었으나, 대중에 투표의 가치를 일깨웠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진정한 '리더'는 집 밖으로 나와 내 손으로 직접 투표해야만 만들 수 있다는 게 '무한도전'이 알린 투표의 가치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특집이라, '선택2014'가 투표 참여에 긍정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 하시마섬을 찾았을 때, 우리가 잊었던 혹은 몰랐던, 가슴 아픈 역사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이따금 지나치게 계몽적이란 비판도 있었지만, '무한도전'이 역사의 망각을 막는 데 도운 준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예능의 역사를 바꾼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뚜렷한 고정 콘셉트 없이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변화무쌍했던 예능은 과거에 없었다. 누군가 '무한도전'을 모방하려 하면, 그들은 늘 한 발자국 앞서 변모했다.
우리의 삶이었다.
토요일 저녁, 고된 일주일을 마무리하며 우리를 기다려준 '웃음'의 상징이었다. 티격태격하는 '하와수', 노홍철의 시끄러운 목소리, 정형돈의 어색한 농담까지, 지친 삶의 긴장을 풀어준 '웃음'이었다. '위로'이기도 했다. '무한상사' 뮤지컬 특집은 직장인의 현실을 꿰뚫어 시청자들을 울렸다.
유난히 '무한도전'에게만 엄격했던 것도 세상이 변해도 '무한도전'만큼은 정직하고 올바른 웃음과 위로로 남아주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이제 '무한도전'은 돌아올 날을 기약 않고 떠났다. 13년 역사에 찍힌 쉼표의 꼬리가 마냥 기다리다 닳고닳아 마침표가 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이제 '토요일'은 그냥 '토요일'이 됐다.
[사진 = MBC '무한도전'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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