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롯데 자이언츠에게 복덩이 신인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롯데는 지난 1일 사직 NC전에서 지긋지긋한 개막 7연패의 사슬을 끊고 마침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승부처 해결사 부재에 번번이 좌절하던 롯데를 구한 건 다름 아닌 19살의 신인 한동희였다. 한동희는 이날 7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데뷔 첫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하이라이트는 패색이 짙던 8회말이었다. 1-2로 뒤진 8회말 2사 2루서 한동희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NC의 베테랑 셋업맨 김진성이 있는 상황. 그러나 신예의 스윙은 거침없었다. 한동희는 김진성의 2구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동점 3루타를 쳤다. 이어 신본기의 2루타 때 결승 득점을 올리며 이날의 ‘히어로’가 됐다. 19살 막내는 그렇게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이번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에 빛나는 한동희는 현재(3일 오전) 8경기 타율 .286(28타수 8안타) 4타점 3득점을 기록 중이다. 8경기 중 무안타에 그친 건 3월 29일 잠실 두산전이 유일. 상대하는 모든 투수들이 낯설지만, 한동희는 당차게 제 스윙을 펼치며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을 뽐내고 있는 터.
한동희의 프로 적응 키워드는 ‘즐기려는 마음’이다. 그는 초반 순조로운 적응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긴장은 많이 된다. 그러나 계속 즐기려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야구가 잘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팬들이 가득 들어찬 야구장에 대해서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원래 야구할 때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팬들이 많이 오셔도 즐기려고 한다”라고 같은 대답을 내놨다.
사실 한동희를 포함 신인이 데뷔 시즌에 주전을 차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이 한동희의 연습 및 시범경기 활약에도 “시즌 초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 처음 보는 투수들이며, 변화구 타이밍을 잡는 것도 힘들다. 경험을 쌓아야 한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이유다. 그러나 한동희는 예상을 뒤엎고 시즌 초반부터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동희는 “투수들이 확실히 시범경기보다는 좀 더 집중하면서 강하게 던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하며 “메릴 켈리, 김광현 선배 등 다 잘 던지는 투수들이라 못 쳐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 있게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밤에 자기 전에 신본기 선배와 KBO리그 투수들 영상을 틀어놓고 어떤 구종을 던지는지 자꾸 익히려고 한다”라고 숨은 노력을 덧붙였다.
수비가 좋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중, 고등학교 시절 펑고를 특별히 더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프로는 수비하는 타구가 확실히 다르지만, 계속 3루수만 하다 보니 수비 동작에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좀 더 빨리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수비에 임한다”라고 당찬 태도를 보였다.
한동희의 KBO리그 롤 모델은 고교 선배(경남고)이자 우상인 이대호(롯데)와 리그의 대표 3루수 최정(SK)이다. 그는 “이대호, 최정 선배님을 많이 보면서 따라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범위를 넓혀 메이저리그에선 안정된 수비와 임팩트 있는 공격을 겸비한 매니 마차도(볼티모어)의 영상까지 꾸준히 챙겨본다.
시즌 초반 신인답지 않은 공수 안정감에 한동희를 향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직 한참 남은 이야기이지만, 그는 1992년 염종석 이후 26년 만에 롯데 프랜차이즈 신인왕을 노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동희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팬들이 많이 기대해주시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부담보다는 이로 인해 기분이 더 좋다”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동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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